본문 바로가기

옛글들/스토리스토리

공감의 시대, 21세기식 소통법 먼저 한 세기 전에 있었던 충격적인 사실. 당시 서구 사회에서는 전염병의 공포가 만연되어 있었다. 그래서일 게다. '위생'을 이유로 당시 사회에는 엄마와 아기의 신체적 접촉이 권유되지 않았다. 면역력이 부족한 아기가 감염되어 죽음에 이르는 경우가 흔하게 일어났기 때문이다. 그런데 한 의사가 버려진 아기들을 보호해주는 병원에서 이상한 점을 발견했다. 아기들이 아무 이유 없이 죽어나가기 시작했던 것이다. 전염병에 노출된 것도 아니었다. 나중에 밝혀진 일이지만 그 원인은 어처구니없게도 아기의 '의욕상실' 때문이었다. 이 병원 역시 간호사들조차 아기와의 접촉이 거의 없었다고 하는데 이처럼 아기가 어떤 대상과의 소통이 이루어지지 않자 '삶의 의욕'을 잃었다는 얘기다. 그 후로 아기와의 접촉을 다시 허용하자 아기들.. 더보기
제 점수는요... 합격! 두근두근 쿵쿵! "불합격되셨습니다." 이처럼 가슴을 쿵 치는 말이 있을까. 대학을 갓 졸업하고 취업은 뒤로 한 채 소설을 쓰고 있을 때, 주변 성화에 못 이겨 카피라이터에 응모한 적이 있다. 1명 뽑는데 무려 5백여 명이 지원을 했던 터라, 과연 될까 싶었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서류심사와 1차 시험을 통과했다는 통보를 받았다. 사실 카피라이터에 대해 그다지 호감을 갖고 있지 않았기 때문에 애초에 하고 싶은 마음이 없었지만, 그 놈의 '합격 통보'를 받으니 마음이 달라졌다. 이거 한 번 해봐? 그런데 2차로 면접을 보러갈 때 마음은 또 달랐다. 차라리 떨어지고 말걸, 왜 1차는 통과해서 이 고생인가 했다. 시험 통과한 게 후회될 정도로 나는 떨렸다. 한 사람을 앉혀놓고 열 명 정도 되는 임원이 스무 개의 눈으로 나를 노려.. 더보기
때론 고립을 즐기자 곰배령에 대한 첫번째 기억은 'MBC 스페셜'이라는 프로그램이다. 카메라라는 것이 늘 그렇듯이 그 프로그램은 우리가 평소에 발견하지 못하는 것들까지 세세하게 우리 앞에 던져 놓았다. '곰배령 사람들'이라는 제목의 그 다큐멘터리는 나를 단박에 매료시켰다. 그래서 나는 "우리 한 번 곰배령 가볼까?"하고 물었고 아내는 선선히 고개를 끄덕여주었다. 휴식년제에 들어간 곰배령은 사람들의 발길을 허락하지 않는다, 지만 그래도 가려면 갈 길은 있다. 그 해에는 민박집 주인 아주머니가 곰배령 안에 사는 분의 이름을 가르쳐주면서 입구에서 그분을 만나러 왔다고 얘기하고 들어가라고 일러줬다. 우리 가족은 그 패스워드를 정확히 불러주었고, 그 입구를 막고 있는 관리인은 들어가라고 해주었다. 참 이런 자연이 없었다. 사람 발길.. 더보기
아버지 머리의 뿔은 왜 자랐을까 "야 너 아주 내 얘길 그대로 썼더라." 시골에 갔더니 아버지께서 불쑥 이 얘기부터 건네셨다. 사실 조금 부끄러웠다. 아버지와 아들 사이에는 뭔가 속내를 들킬 때 어색해하는 감정이 남는 모양이다. 그래도 아버지는 내 속내가 궁금했던지, 책이 나왔다고 하니 단박에 책을 구해서는 읽었다고 하셨다. 책상 위에 놓여진 책은 접어가면서 보았는지 벌써부터 너덜너덜해져 있었다. 사실 시골 내려가기 전에 어머니가 전화를 했었다. "얘. 네 아버지가 이상하다." "네? 어디가 편찮으세요?" "아니 그런게 아니고 네 책을 읽으면서 깔깔깔 웃다가 또 갑자기 울고 그런다지." 아들이 책을 쓴 것에 대한 과장이겠거니 했다. 그런데 막상 아버지가 내게 그렇게 얘기하니 마음 한 구석이 짠해졌다. 초등학교 때 서울로 온 후, 줄곧 .. 더보기
병수야, 마흔이 무슨 죄니? 마흔, 그 미친 존재감에 대하여 병수는 제 오랜 친구입니다. 젊은 시절, 신촌에 있는 '도어스'를 드나들고 짐 모리슨처럼 살아야지 하면서 술을 밥처럼 마시던 친구였죠. 뭐 하나 결정된 것이 없지만, 아니 아마도 그랬기 때문에, 우리들은 그처럼 하루하루를 불태웠던 것(?) 같습니다. 그 땐 저도 좀 그랬습니다. 그런데 벌써 마흔을 넘겼군요. 이제 머리도 희끗희끗해지고, 혈압약을 챙겨 먹는 나이가 되었습니다. 지금도 가끔 강남역 '우드스탁' 같은 데서 존 레논을 들으며 하루 동안 귀에 덧씌워진 삿된 것들을 씻어내곤 합니다. 병수는 한때 보험소장을 하다가 지금은 나와서 사업을 하고 있습니다. 늘 인상을 잔뜩 쓰고 입만 열면 '죽겠다'는 말을 달고 살죠. 물론 그 말을 곧이곧대로 듣지는 않습니다. 꽤 잘 살고 ..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