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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엽문', 액션만큼 뭉클한 견자단의 얼굴 '엽문'은 꽤 많은 홍콩영화를 떠올리게 하는 영화입니다. 먼저 떠오르는 인물은 단연 이소룡의 '정무문'같은 영화일 것입니다. '엽문'이 보여준 1:10의 대결은 '정무문'에서의 이소룡이 보여준 그것을 떠올리게 합니다. 영춘권의 대가 엽문은 바로 이소룡의 사부이기도 하죠. 물론 엽문의 영춘권과 이소룡의 무술스타일은 비슷하면서도 좀 다른 면이 있습니다. 불필요한 동작을 없앤 엄청나게 빠른 속도의 순간적인 공격과 방어는 같지만, 이소룡의 절권도가 상당히 호전적이고 공격적이라면 엽문의 영춘권은 마치 선을 하는 것 같은 정중동이 매력적이지요. '엽문'이 가진 스토리 라인은 그러나 대단할 것이 없습니다. 순수한 무인으로서의 삶을 살아가던 그가 일제의 침략 앞에서 영웅으로 나서는 대단히 민족주의적인 이야기이니까요. .. 더보기
종영 수목극, 그 뒤틀린 가족사의 힘 ‘카인과 아벨’, ‘미워도 다시 한번’, 가족의 힘 여전 종영한 수목극 ‘카인과 아벨’과 ‘미워도 다시 한번’은 장르적으로 보면 상이한 드라마다. 하지만 한 꺼풀 벗겨놓고 보면 그 구조는 비슷하다. 두 드라마는 모두 그 중심에 뒤틀어진 가족사가 있으며, 그 가족 내에서 사랑 받기 위해 대결구도를 벌이는 인물들이 있고, 파국으로 치닫는 가족이 있으며, 결말에 이르러 본래 제자리를 찾아가는 가족이 있다. 결국 이 두 드라마는 스타일과 장르가 달랐지만 하고자 하는 이야기는 같았던 셈이다. 그것은 우리 드라마의 영원한 주제, 가족이었다. ‘카인과 아벨’의 엇갈린 가족사는 형이 동생을 죽이려 하고, 어머니(물론 친어머니는 아니지만)가 자식을 죽이려 하며, 형이 동생의 여자를 뺏으려 하고, 어머니가 자식의 유산을 .. 더보기
미완의‘카인과 아벨’, 명연기가 채웠다 ‘카인과 아벨’의 명연기, 아쉬운 스토리 ‘카인과 아벨’이 다루는 장르적 소재들은 실로 다양하다. 병원 내에서 의사인 형 이선우(신현준)와 동생 이초인(소지섭)의 대결을 다루고 있다는 점에서 이 드라마는 의드의 새로운 계보를 잇고 있으며, 중국에서부터 국내에 이르기까지 생사의 고비를 넘기며 돌아온 이초인의 복수를 다루고 있다는 점에서 액션활극과 복수극의 계보를 잇고 있다. 이선우와 김서연(채정안), 이초인과 오영지(한지민), 이렇게 네 사람의 관계만 떼어놓고 보면 전형적인 삼각 사각의 트렌디 멜로를 연상시키고, 이초인과 이선우의 대결과정에서는 심지어 공포극의 한 부분을 떠올리게도 만든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이 많은 장르적 소재들이 잘 봉합되어 어떤 시너지를 이루었는가 생각해보면 많은 의문이 들게 된다. .. 더보기
프로인 그들, 아마추어 같이 왜? 아마추어리즘이 예능의 새 트렌드가 된 사연 “왜 이래? 아마추어같이.” 이 유행어만큼 작금의 예능 트렌드를 보여주는 게 있을까. ‘개그콘서트’의 종료된 코너 ‘많이 컸네 황회장’에서 황현희가 히트시켰던 이 유행어에는 “알 거 다 아는 사람들끼리 왜 이러냐”는 핀잔이 들어있다. 그런데 이 말이 웃음을 주는 것은 그렇게 말하는 사람이 실상은 아마추어 같은 유치한 모습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황현희는 조직의 회장이지만 체신머리 없이 일개 실장과 사소한 말싸움을 하면서 이 말을 내뱉는다. 프로라면 보여주지 않을 속내가 살짝 드러났을 때 터져 나오는 웃음. 아마추어리즘은 이렇게 리얼리티 시대에 예능의 새 트렌드로 자리하고 있다. ‘너는 내 운명’에서 발연기 논란을 빚었던 박재정이 ‘상상플러스’의 MC로 자리한 사연.. 더보기
'우리 집에 왜 왔니', 텅빈 그 집에 가보니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봄비가 추적추적 내리는 날, 한낮의 극장 풍경은 꽤 낯설기 마련이죠. 텅빈 극장 안 곳곳을 채우고 있는 습기 젖은 먼지 냄새, 아무도 없는 그 거대한 공간 속에 혼자 앉아 있다는 스산함 혹은 음산함, 그리고 압도적으로 커보이는 스크린과 압도적으로 비어있는 객석의 대비가 주는 묘한 쓸쓸함까지... 영화를 얘기하려고 하면서 이런 극장풍경을 주절대고 있는 건, '우리 집에 왜 왔니'란 영화가 바로 이 극장의 풍경과 서로 닮아있다는 생각 때문입니다. 가끔 그런 경험이 있지만 '우리 집에 왜 왔니'를 보던 날은 비가 왔고 극장은 텅 비어 있어 저 혼자 그 거대한 공간을 차지하고 앉았더랬습니다. 이 영화가 공포영화였나? 죽은 수강(강혜정)의 사체를 근접촬영으로 보여주는 첫 장면에서 이런 생각..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