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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간 정덕현
가슴에 쥐나는 드라마, 무모한 시도처럼 보인다. 이 시대에 순애보를 얘기하는 것은. 그래서 이 드라마의 시청률이 2%를 넘지 못하는 것에 고개가 끄덕여진다. 하지만 그러면서도 마음 한켠에서는 어떤 아쉬움과 씁쓸함이 남겨진다. 이 시대는 이제 이런 사랑에 그다지 관심이 없는 걸까. 그저 즉물적이고 직설적이며 감각적인 사랑의 시대. JTBC 가 주는 아련함과 그리움은 도무지 공감되기 힘든 걸까. 제목이 벌써 다. 세련되지도 않고 어찌 보면 너무 구시대적인 느낌마저 주는 제목. 그래서 선뜻 들여다보지 않았던 시청자들이 대부분일 것이다. 하지만 막상 한 번 보고 빠져들게 되면 이만큼 늪처럼 시청자를 몰입시키는 드라마도 없다. 마치 과거 우리네 가슴을 먹먹하고 훈훈하게 했던 옛 사랑이야기에 대한 기억들이 방울방울..
송승헌의 전쟁 같은 사랑, 연우진의 시 같은 사랑 남자의 사랑, 뭐가 달라서 라는 제목을 붙인 걸까. 임재범은 ‘너를 위해’라는 곡에서 남자의 사랑을 이렇게 표현했다. ‘내 거친 생각과 불안한 눈빛과 그걸 지켜보는 너. 그건 아마도 전쟁 같은 사랑- 난 위험하니까 사랑하니까 너에게서 떠나줄 거야. 널 위해- 떠날 거야.’ 아마도 송승헌이 연기하는 한태성이라는 남자의 사랑이 이럴 것이다. 남자의 사랑은 팩을 하고 인증샷을 찍어 보내달라는 여자 친구 앞에서 당황하는 것만큼 어색하고 면구스러운 그런 것이 아닐까. 남자가 사랑을 표현하는 방식은 그래서 여자들이 사랑을 통해 받고 싶은 표현과는 동떨어질 때가 많다. 한태성에게 짐짓 다가와 자신의 딸 미도(신세경)가 피아노 치는 남자를 멋있어한다며 슬쩍 귀띔을 해주..
'제빵왕 김탁구'의 탁구, '자이언트'의 강모 "난 네가 기뻐하는 일이라면 뭐든지 할 수 있어." 80년대를 풍미한 이현세 만화 '공포의 외인구단'에 등장하는 까치의 이 대사는 당대의 대중들에게 큰 반향을 일으켰다. 사회의 소외된 인물들이 지옥훈련을 통해 강자로 재탄생하지만, 결국 엄지에 대한 절대적 사랑 앞에 승리마저 포기하는 까치. 그 사랑에는 당대 사회분위기가 잘 녹아있다. 사회적인 문제와 직접적으로 부딪치기보다는 개인적인 차원으로 회귀하는 깊은 감상주의가 바탕에 깔려있지만, 거기에는 사랑을 위해서는 뭐든 해내는 강한 남성에 대한 열망이 담겨져 있다. 30년이 지났지만 지금 안방극장에는 이 까치의 그림자가 어른거린다. 가진 것 없는 이들은 모든 것을 가진 이 시대의 마동탁들과 대결을 벌이며 그 지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