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밥 백선생>의 고급진 방송 레시피

 

19971인 토크쇼들이 우후죽순 쏟아져 나오던 그 시기에 <이홍렬쇼>에서는 참참참이란 코너로 토크와 요리를 접목한 독특한 콘셉트를 선보였다. 하지만 이 맛좋은 야참을 만들며 이야기를 나누는 참참참에서 요리는 하나의 양념일 뿐이었다. 그보다 중요한 건 게스트. 그래서 방송이 끝나고 나면 어떤 요리를 만들었는가보다 그 요리를 누가 만들었느냐가 더 주목되었다.

 

'집밥 백선생(사진출처:tvN)'

하지만 그로부터 20여 년이 지난 지금 우리는 새로운 요리와 토크가 어우러진 스튜디오 프로그램에 푹 빠져있다. JTBC <냉장고를 부탁해>tvN <집밥 백선생>, <오늘 뭐 먹지> 같은 이른바 쿡방 프로그램들이 그것이다. 이들 프로그램들은 그러나 게스트보다는 그 날의 요리에 대한 집중이 두드러진다. 프로그램이 끝나고 나면 게스트의 이야기만큼 요리 이야기가 쏟아져 나온다. 모두 주방을 그대로 스튜디오화한 이 프로그램들은 음식을 만드는 과정 그 자체가 재밋거리다.

 

이 쿡방 트렌드를 가장 잘 보여주는 인물이 바로 백종원이다. 과거 소유진 남편으로 불리던 그는 이제 그 꼬리표를 떼어내고 셰프이자 천재 방송인으로 자기 자신을 다시 세웠다. 이제 백종원 아내가 소유진이라는 얘기가 나올 정도. 이 역전된 상황은 작금의 대중문화 트렌드를 정확히 보여준다. 과거의 토크쇼라고 하면 연예인이 중심이었지만 지금은 백종원 같은 비연예인이 중심이다. 물론 웬만한 연예인보다 훨씬 재미있는 입담과 캐릭터는 기본이다.

 

물론 백종원에게서 연예인들에게 흔히 바라는 신비주의 따위가 있을 리 없다. 하지만 그런 건 대중들도 원하지 않는 바다. 대신 백종원의 아우라를 만들어주는 건 요리라는 전문분야에 대한 지식과 경험치다. 그는 <집밥 백선생>에서 돼지고기를 통으로 스튜디오에 가져와 부위별로 정형하며 그 맛의 차이를 설명해준다. 그런 지식은 거기 출연하고 있는 연예인들에게는 비전문분야. 여기서도 상황은 역전된다. 프로그램의 포인트가 요리에 맞춰지자 요리사가 주인공이 되고 연예인들은 서브가 되는 것.

 

그런데 이 백종원을 보면 그가 쿡방 시대의 스타가 된 이유가 단지 요리 꿀팁을 알려주기 때문만은 아니라는 걸 알게 된다. 꿀팁이야 인터넷을 열면 어디서든 찾을 수 있고 심지어 과거 요리 프로그램들을 보면 늘 나오던 것들이었다. 그러니 백종원에게는 대중들을 매료시키는 특별한 방송 레시피가 있을 법하다. 그건 다름 아닌 일반인들의 눈높이에서 이야기하고 들어주고 반응하는 모습이다.

 

그는 스튜디오에 들어서면서 공식적인 인사 따위를 하지 않는다. 대신 밥은 드셨나요?”하고 특유의 구성진 목소리로 출연자들에게 묻는다. 이러한 일상적인 어법에 때로는 새침하게 삐치기도 하고 때로는 아이처럼 우쭐해하기도 하며 때로는 상대방의 얼토 당토한 지적에도 반발하기보다는 선선히 사과하고 맞춰주는 모습을 보이니 대중들로서는 이 인물이 전문가라는 생각이 들지 않을 정도로 친숙해진다.

 

게다가 백종원이 하는 요리 레시피는 너무나 간단하고 쉽다. 사실 요리를 전문분야라 치부했던 건 그것이 무언가 대단한 기술을 요한다 여겼기 때문이다. 하지만 백종원은 대단한 요리보다는 일상적인 요리들 이를 테면 김치전이나 김치찌개를 만들고, 고기를 굽거나 파무침, 양념장을 만드는 것들을 좀 더 잘 할 수 있는 요령을 알려준다. 이것은 그가 서 있는 독특한 위치다. 그는 누구나 요리를 할 수 있는 요리의 대중화를 꿈꾸는 사람 같다.

 

물론 <한식대첩> 같은 프로그램에서는 심사위원으로서의 권위를 보이지만 그건 그의 일면일 뿐이다. <집밥 백선생>에서 그는 고기를 굽기 전에 신문지 깔아야쥬.” 하고 말할 정도로 일상적인 인물이다. 그는 최근 달라진 스튜디오 예능의 트렌드를 고스란히 보여준다. 이른바 대중의 시대에 전문가(방송인을 모두 포함해)들이 어떤 위치에 서야하는가를 그는 본능적으로 체득하고 있는 것만 같다.

 

연예인과 일반인, 전문가와 비전문가는 그래서 지금 달라진 예능 트렌드 속에서 그 중심 축이 바뀌어가고 있다. 전문분야가 권위로 서는 시대는 지나갔다. 이제 그 전문분야는 대중들과 소통하지 않으면 공룡처럼 사멸해버릴 수 있는 어떤 것이 되었다. 그러니 백종원의 특별함이 만들어지는 건 그 요리의 세계가 밑바탕에 깔려 있긴 하지만 그것보다 대중친화적인 그의 캐릭터가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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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라진 '절친노트3', 뭐가 문제일까

원조는 아무리 시대가 바뀌어도 자신만의 고유한 맛을 지킬 때 유지된다. '절친노트3'는 '절친노트'라는 원조의 연장선을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그 맛은 얼마나 유지되고 있을까. '절친노트3'는 '절친노트'라는 제목을 붙이기가 어색할 정도로 확 달라졌다. '절친노트1'이 주창했던 화해의 맛도 찾기가 어렵고, '절친노트2'의 대결의 맛도 찾기 어렵다. '절친노트3'은 '절친'을 내세우고는 있지만, 기존 여러 가지 원조 토크쇼들의 맛을 조합한 듯한 느낌에 머물고 있다.

초대 손님들을 위해 요리를 만들어내는 '찬란한 식탁'은 과거 이홍렬쇼의 '참참참'을 떠올리게 만든다. 초대 손님들이 음식의 이름을 '유자부인 애썼네' 같이 짓는 형식도 '참참참'에서 시도됐던 것이다. 다른 점이 있다면 이홍렬쇼에서는 게스트와 함께 요리를 했지만, '찬란한 식탁'에서는 게스트를 위해 세상에 단 하나 뿐인 요리를 만들어준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런 정도의 차별점으로는 '절친노트3'만의 새로운 맛을 만들어낼 수는 없다. 신정환이 특유의 깐족개그로 게스트를 당황하게 만들고, 박미선은 특유의 균형감각으로 게스트를 다시 편안하게 만들어주는 토크를 구사하지만, 이경규와 김구라의 공백은 어쩔 수 없다. 박미선이 진지한 질문을 던지고, 신정환과 윤종신이 보조하면서 때로는 자료화면을 통해 게스트의 면면을 보여주면서 웃음을 끄집어내는 질문 형식은 '무릎팍 도사'의 박미선 버전처럼 보이기도 한다.

다만 박미선은 토크 방식이 강호동과는 다르기 때문에 그 같은 힘을 갖기는 어렵다. 박미선은 오히려 '세바퀴'처럼 게스트들이 많고 그 세대 또한 폭넓을 때 그 균형을 맞춰주는 지점에서 힘을 발휘한다. 하지만 '절친노트3'의 후반부에 구성되어 있는 '나이를 넘어 절친'은 형식은 물론이고 구성원들까지 '세바퀴'를 연상케 하지만 그만큼의 힘을 느끼기가 어렵다. 선우용녀, 이계인, 김현철, 김태현은 '세바퀴'에서의 개그방식과 개그감을 똑같이 사용하지만 그 맛은 밋밋하다. 질문을 던지고 공감을 구하는 형식 또한 이미 원조에서 본 맛이기에 그다지 신선하지 않다.

'절친노트3'는 왜 훌륭한 원조집의 맛을 포기하고 다른 원조집의 맛을 가져다가 버무려놓았을까. 아마도 가장 큰 것은 메인 MC가 바뀌었기 때문일 것이다. '절친노트'는 사실, 김구라와 문희준이라는 두 인물의 캐릭터와 관계가 프로그램으로 전화된 프로그램이다. 따라서 이들의 부재는 기존 '절친노트'의 핵심적인 맛을 느낄 수 없게 만들고 있다. '절친노트2'에 등장했던 이경규는 김구라와 문희준이라는 원조집의 맛에 자신만의 강한 대결구도를 넣음으로써 '절친노트' 원조의 맛을 포기하지 않으면서도 더 강하게 만들어주었다.

하지만 '절친노트3'는 굳이 '절친노트'라는 제목을 붙일 필요가 없을 정도로 다른 집의 맛을 내고 있다. 실제로 미션이 주어지는 절친노트가 존재하지 않는 '절친노트'가 무슨 의미가 있을까. '절친노트3'의 시청률 하락은 물론 교체된 요리 토크의 주방장이 문제가 아니라, 그 주방장을 새롭게 기용한 프로그램의 문제가 더 크다. 원조집의 맛을 지킬 수 있는 방법은 본래 주방장을 쓰던가, 그 주방장 밑에서 그 비슷한 맛을 내기 위해 배워온 인물을 주방에 두는 것이다. '절친노트3'의 문제는 '절친노트'라는 간판을 걸어 그 맛을 기대하게 만들고 전혀 다른 맛을 내고 있는데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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