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록2018/08 (40)
주간 정덕현
‘이상한 나라의 며느리’, 문제 지적만큼 중요한 솔루션 제시밤 7시 딸의 취침준비시간. 남편 고창환은 딸 고하나의 방학생활 숙제를 도와준다. 그런데 갑자기 걸려온 시누이로부터의 전화. 고창환은 활짝 웃으며 통화하다 딸 고하나를 바꿔준다. 반갑게 고모를 부르는 하나의 목소리. “집에 오면 저랑 같이 자요.” 갑자기 전화를 해서는 시누이가 집에 온다는 그 말에 아내 시즈카는 화들짝 놀란다. 시즈카의 반응이 예사롭지 않자 남편이 일종의 해명을 한다. “친구 만나러 왔다가 늦을 거 같아서, 운전하기 좀 위험해서, 자고 가도 되냐고 해서. 상관없지 않나?” 딸 하나에게 동의를 구하는 척 넘어가려는 그 말에 하나가 “괜찮아. 그래서 내가 괜찮다고 말했어”라고 답을 해준다. 하지만 시즈카는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
‘라이프’, 선악 아닌 영향과 변화로 보는 인간탐구JTBC 월화드라마 에서 구승효(조승우) 사장에게 이노을(원진아)은 수수께끼 같은 이야기를 던져 놓는다. 스위스의 어느 마을에 핵폐기장 건설 투표를 했는데 처음에는 60%가 찬성했다는 것. 그런데 그 마을에 핵폐기장을 건설하면 돈을 주겠다는 정부 방침에 재투표를 했다는 것이다. 구승효 사장은 그 재투표의 결과가 궁금하다. 결과는 찬성 25%. 어째서 돈을 준다는데도 찬성률이 뚝 떨어졌을까를 궁금해하는 구승효에게 이노을은 문득 ‘중독 같은 성과급제’의 이야기를 꺼내놓는다. “성과급제는 마약 같아요. 중독성이 있어요. 인센티브가 동기부여가 되는 직종들도 물론 있죠. 근데 어떤 일에선 그 업종 사람들을 파괴시켜요. 자발적으로 나서야 하는 일들, 책임의식, 보람..
‘식샤3’가 윤두준과 백진희를 다루는 방식 왜 다를까tvN 월화드라마 에서 구대영(윤두준)은 보험설계사다. 그가 가진 보험설계사라는 직업은 먹방을 소재로 하고 있는 이 드라마에서 중요한 설정이다. 영업을 하는 분들만큼 음식점을 잘 아는 분들도 없어서다. 결국 “식사 한 번” 하는 일이 중요한 영업의 한 부분이 되어 있어, 그 직업을 가진 구대영이라는 캐릭터의 먹방이 그저 먹는 장면을 나열하는 것 이상의 의미를 더해주기 때문이다. 그런 구대영은 세컨드 잡도 갖고 있다. 한때 먹는 일에 그다지 소질(?)이 없었지만 이지우(백진희)를 만나면서 배우게 됐던 그 식사의 노하우들이 쌓였고, 결국 한 업체로부터 푸드 크리에이터 제안을 받았다. 그는 혼밥을 하는 1인 가구들이 집에서 간편하게 음식을 해먹을 수 있게 맛..
‘라이프’에서 멜로 코드는 어딘지 뜬금없다JTBC 월화드라마 도 어쩔 수 없이 멜로의 달달한 조미료가 필요했었나. 지난 회 이노을(원진아)에게 자신의 연정을 고백하는 예선우(이규형)의 이야기가 슬쩍 등장하더니, 이제는 예진우(이동욱)와 최서현(최유화)의 관계가 심상찮다. 최서현은 새글21 기자로서 영리를 추구하기 시작한 상국대학병원을 취재하다 예진우를 만나게 됐지만, 그를 바라보는 예진우의 시선은 설렘이 가득하다. 일 때문에 약속을 깜박한 예진우에게 “그러니 여자친구에게 잘 하라”고 최서현이 말하자, 대뜸 “여자친구 없다”며 반색하는 모습이 그렇다. 이 정도의 멜로 코드는 사실 여타의 드라마라면 그다지 주목되지도 않았을 내용들이다. 하지만 워낙 밀도 있게 병원을 둘러싼 다양한 인간군상들의 욕망을 들여다보..
‘이타카’의 놀라운 유연함, 어째서 편성은 유연하지 못했을까터키의 파묵칼레 앞에서 문득 록 음악에 대한 이야기가 화두처럼 던져진다. SNS 클릭수에 따라 용돈을 받아가며 하는 음악여행. tvN 은 그래서 지금껏 생수 한 병을 사는 데도 눈치를 볼 정도로 빈티가 나는 여행을 해왔지만, 이홍기를 필두로 적극적인 홍보를 통해 클릭수가 급증하자 매점에서 간만에 꿀맛 같은 점심의 호사를 부린다. 그러면서 슬그머니 나온 이야기가 ‘물질만능주의’를 조장하는 방송 아니냐는 농담이고, 거기서 음악의 ‘상업주의’에 대한 화두가 던져진다. 윤도현은 록밴드에게 ‘상업주의’는 치명적이라고 말하고, 김준현은 과거 자신이 밴드를 했을 때의 경험을 말하며 당시 록이라고 하면 시끄러운 메탈만을 진짜라 여기던 분위기가 있었다고 털어놓는..
‘미스터 션샤인’ 변요한과 김민정, 어른 없는 세상의 청춘들부모는 내가 선택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그렇다면 무조건 나를 낳아주신 부모의 뜻에 따라야 하는 걸까. 심지어 잘못된 길을 가고 있다고 하더라도? 그렇지 않을 게다. 나이가 많다 해도 어른다운 행동을 보이지 못하는 이들을 어른이라고 부르지 않듯이, 잘못된 일을 저지르고 있는 부모라면 그 길을 막아서고 저항하는 것이 진정 후대가 할 수 있는 부모를 위한 일이 아닐까. tvN 주말드라마 에 등장하는 김희성(변요한)과 쿠도 히나(김민정)가 취한 삶의 자세가 그렇다. 그들은 자신들의 부모가 하는 일들이 잘못되어 있다는 걸 알고 거기에 반기를 든 자식들이다. 김희성의 아버지 김안평(김동균)은 비겁한 기회주의자다. 그의 조부 역시 독하디독한 악덕 지주였다..
‘공작’, 이런 영화가 극장에 걸린다는 것만으로도 뭉클하다(본문 중 영화 내용의 누설이 있습니다. 영화를 관람하실 분들은 참고 바랍니다.) 선거철만 다가오면 빠지지 않고 나오는 이른바 ‘북풍’의 실체는 무엇일까. 어째서 선거 임박해 ‘북한의 도발’이 벌어지고 어김없이 일간지에 마치 당장이라도 전쟁이 벌어질 것처럼 대서특필되었나. 영화 은 아마도 1990년대 말 대선 과정에서 벌어졌던 이른바 ‘총풍사건’을 기억하는 분들에게는 그리 생소한 이야기는 아닐 것이다. 당시 ‘흑금성 사건’으로 ‘북풍’의 실체가 드러났던 그 사건을.은 실제 사건을 모티브로 하고 있기 때문에 어느 정도의 해석과 연출은 들어있지만 ‘흑금성 사건’의 현실적 자료들의 대부분이 그대로 담겨 있다. 워낙 흑금성이 실제로 해온 대북 공작 이야기..
‘보이스2’ 가족 모두가 파괴되는 성범죄에 양형이 웬 말“이번 사건을 통해서 아동 성폭행범에게 양형이란 있을 수 없다는 걸 너무 아프게 증명해드린 것 같아서 경찰로서 진심으로 사과드립니다.” OCN 주말드라마 에서 골든타임팀을 이끄는 강권주(이하나)는 성폭행으로 피해를 입고 하루하루 생존의 나날을 보내고 있는 가족들에게 고개를 숙였다. 그건 이 드라마가 성범죄, 특히 아동을 대상으로 하는 성범죄에는 보다 강력한 처벌이 필요하다는 이야기를 캐릭터를 빌려 한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한 시간 동안 긴박하게 위기에 처한 이 가족을 통해 보여준 건, 그 어떤 말보다 더 설득력 있게 다가왔다.6년 전 아동 성폭행 사건의 피해자인 황희주(이유미)는 시간이 흘러도 그 때의 그 끔찍했던 기억을 떨쳐버릴 수 없다고 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