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해진 <런닝맨>, 달리지 못할 곳이 없다

 

공항을 가득 메운 팬들, 일일이 한글로 적은 응원의 글들과 광장을 가득 메운 인파, 어디든 따라다니며 사진을 찍고 때론 스스럼없이 함께 게임에 참여하는 모습, 심지어 이광수처럼 기린 캐릭터를 따라하는 코스프레와 프로그램에서 잠깐 나왔던 이지송을 따라 부르는 장면까지... 한류의 풍경으로는 낯설지 않다. 하지만 예능 프로그램에는 발견하기 힘들었던 <런닝맨>에 대한 이 해외의 팬덤은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

 

'런닝맨'(사진출처:SBS)

<런닝맨>이 아시아 레이스라는 글로벌하게 마련한 특집에서 보여준 해외 팬들의 출연 멤버들에 대한 사랑은 각별해보였다. 특히 이광수의 인기는 상상 이상이었다. 공항을 나오자마자 팬들은 그의 이름을 연호하기 시작했고 이광수는 답례하듯 특유의 춤을 선사하기도 했다. 송지효와 개리의 월요커플, 능력자 김종국, 하로로 하하, “필! 촉!”을 외치면 “크로스”라고 따라하는 팬들. 무엇보다 유재석은 아시아에서도 유느님이었다. 어떻게 이런 반응이 가능했던 걸까.

 

물론 사전에 <런닝맨>이 온다는 정보를 알았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을 게다. 하지만 그보다 중요한 건 이들이 보여준 <런닝맨>에 대한 깊은 관심이다. 그들은 캐릭터는 물론이고 프로그램을 속속들이 꿰고 있었고 심지어 함께 참여하는 게임에도 익숙하게 참여하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이것은 <런닝맨>을 빼놓지 않고 시청하기 전에는 나올 수 없는 반응이다.

 

이런 반응이 가능해진 것은 역시 유튜브 같은 SNS의 위력이다. 과거 <프리즌 브레이크> 같은 미드 열풍으로 “석호필”을 연호했던 우리들의 모습이 거기에는 그대로 들어있다. 미국에서 방영되자마자 누군가에 의해 자막이 달린 드라마가 국내에서도 볼 수 있었듯이, 지금 우리네 인기 프로그램도 해외 팬들에게 똑같이 그네들의 자막이 달린 채 회자되고 있는 셈이다. 실제로 유튜브에 올라온 <런닝맨> 영상들을 보면 그 자막이 꽤나 섬세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하지만 유독 <런닝맨>에 이런 열광이 생기는 데는 이 프로그램이 가진 특별한 이유가 있다. 먼저 게임이라는 만국 공통의 소재를 다루고 있다는 점이 그렇다. 일견 몸으로 주로 부딪치는 게임이 단순해 보일 때도 있지만(물론 그렇지 않은 경우도 있었다) 바로 그 단순함이 해외 팬들에게도 편안하게 다가갈 수 있었다는 것이다. 거기에 <런닝맨> 특유의 캐릭터들이 얹어지자 팬덤이 생겨날 수 있었다.

 

유재석은 그 중심에 서 있는 인물이다. 이미 <X맨>에서부터 <패밀리가 떴다>을 거쳐 <런닝맨>으로 이어지는 일련의 게임 버라이어티쇼의 계보는 그 안에 반복적으로 출연해왔던 유재석과 몇몇 인물들(이를 테면 김종국 같은)을 해외 팬들의 뇌리에 각인시키기에 충분했다. 게다가 <무한도전> 역시 해외에서 인기 있는 예능 프로그램이기도 하다. 그러니 유재석 사단이 끊임없이 만들어내는 캐릭터들과 익숙한 게임 버라이어티쇼가 하나의 맥락을 만들었던 것은 당연한 일일 게다.

 

이번 <런닝맨> 아시아 레이스 특집은 그간 동남아에서 펼쳐졌던 몇몇 미션들을 통해 조금씩 그 낌새를 보였던 예능 한류의 실체를 확인할 수 있는 기회가 되었다. 무엇보다 마카오의 피셔맨 워프에서 팬들을 만나고, 마카오 타워 233미터에서의 번지점프 같은 미션과 마치 서울에서 부산으로 달려가듯 마카오에서 베트남으로 장소를 이동하는 일련의 움직임은 <런닝맨>의 무대가 이제 글로벌하게 열렸다는 자신감을 보여주었다.

 

영화, 드라마에 이어 K팝까지 영역이 넓혀진 한류에 예능이라고 못할 건 뭔가. 특히 우리네 예능의 특징이라고 할 수 있는 리얼 버라이어티(해외의 리얼리티쇼와는 다른 연예인 캐릭터쇼)는 몸으로 부딪쳐 보여준다는 점에서 예능 한류의 가능성이 가장 많은 형식이다. 유재석을 필두로 <런닝맨>은 과연 그 길을 열어줄 것인가. 적어도 이제 이 글로벌해진 예능이 달리지 못할 곳은 없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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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즌 브레이크’, 미식축구 같은 재미

도대체 ‘석호필’이 뭐야. 이런 생각을 하면서 어디 얼마나 대단한지 보자고 한번 ‘프리즌 브레이크(SBS TV 토 밤 12시 2회 연속 방영)’라는 미로에 발을 들여놓는 순간, 당신은 섬뜩하면서 뒤통수를 내리치는 스코필드(석호필)의 전신 문신에 빠져들게 된다. 형을 구하러 감옥으로 자청해 들어간 스코필드에게  “네가 지도를 봤구나”하고 형이 말할 때 “그 보다 더 나은 거야. 몸에 새겨 넣었지.”하며 보여지는 문신지도. 그것은 이 탈출 드라마가 왜 그렇게 미드족들의 밤을 지새게 만들었는지를 알게 해주는 중요한 단서가 된다.

‘프리즌 브레이크’는 미국인들이라면 더 이해하기 쉬울 미식축구경기의 패턴을 닮아있다. 한 단계씩 공격(탈출시도)을 해나가고 거기에 대해 간수들이나 재소자들이 태클을 건다. 도저히 한 발자국도 나갈 수 없는 상황에, 스코필드는 기상천외한 작전을 펼쳐 보인다. 이를테면 그의 온몸에 새겨진 문신지도는 이 경기의 작전지도인 셈이다. 때론 그 숨겨 들어간 지도를 간파해내는 재소자도 등장하고, 심지어 지도가 훼손(?)되기도 하지만 스코필드는 끝까지 포기하지 않는다.

시간제한이 있는 경기
스코필드의 문신 위에 그려진 미로 같은 교도소에서 벌어지는 이 미식축구경기 같은 드라마는 세 가지 장치로 그 긴박감을 이어간다. 그 첫 번째는 경기(?)의 시간제한. 그러니까 스코필드는 처음부터 이 한참 뒤진 경기에 투여된 것이 아니고, 끝날 즈음 마지막 승부사로 투입된 쿼터백인 셈이다. 몇 주 후면 사형될 형을 구하기 위해 스코필드는 발가락이 잘리고, 등에 화상을 입어가며 탈옥을 위한 단계들을 밟아나간다. 시시각각 다가오는 죽음의 시간은 사형될 형 자신은 물론이고 그를 구하기 위해 동분서주하는 스코필드, 그리고 그걸 바라보는 시청자들의 마음을 졸이게 만든다.

이것은 스코필드와 함께 탈출을 준비하는 동료자들에도 동일하게 적용된다. 당장 밀고자를 알아내지 못하면 가족이 위기에 처하게 되거나, 당장 사랑하는 애인을 빼앗기게 될 상황에 놓이게 되거나, 유일한 혈육인 딸이 곧 불치병으로 죽게되는 상황은 모두 스코필드가 가진 시간제한과 똑같은 기능을 수행한다. 즉 감옥 밖의 상황이 감옥 안의 재소자들의 시간을 틀어쥐는 역할을 한다는 점이다. 이 시간제한은 무고하게 죽게될 상황에 처한 링컨 버로우즈(스코필드의 형)의 혐의를 벗기기 위해 동분서주하는 옛 애인 베로니카가 파고 들어가는 거대한 음모와 변주를 하면서 힘을 얻는다. 이러한 음모이론은 또한 스코필드의 탈옥계획의 심리적 근거를 만들어준다.

‘프리즌 브레이크’의 이 같은 시간제한은 미드에서 즐겨 사용하는 장치 중 하나. 이것은 우리에게 익숙한 ‘24’나 ‘히어로즈’에도 어김없이 시한폭탄처럼 장착되어 있다. 리얼타임 드라마를 표방하고 있는 ‘24’는 말 그대로 실시간을 따라가는 드라마로 순간순간 갈등상황에 접하게 되는 잭 바우어(키퍼 서덜랜드)의 상황이 긴장감을 만들어낸다. ‘히어로즈’에서는 뉴욕시가 통째로 날아가 버리는 폭발 장면을 능력자들(히로나 아이작 같은 미래를 볼 수 있는 능력을 가진 자들)이 보게되고 그걸 막기 위해 동분서주하는 얘기다. 이 같은 시간제한은 공포와 불안으로 다가오는 ‘결정적 순간’으로 인해 매순간 드라마의 극적 긴장을 유발하는 효과를 가져온다.

문신지도와 사전준비 혹은 사전제작
두 번째 장치는 경기에 투입되기 전, 스코필드가 라커룸에서 경기를 분석하며 했던 철저한 준비이다. ‘자신이 스스로 감옥에 들어가 형을 탈출시킨다’는 미션은 감옥이란 활동이 제한된 공간으로 들어가기 전, 철저한 준비를 요구한다. 문신지도를 포함한 그 준비장면은 드라마 첫 회, 감옥에 들어가기 전 방 벽을 가득 채운 포스트잇으로 대변된다. 시청자들은 스코필드가 머릿속에 또 문신 속에 하나하나 기록해둔 이 준비된 시나리오를 첫 회부터 신뢰하게 된다. 이를테면 이 스코필드의 작전시나리오는 앞으로 남은 짧은 시간에 해야할 불가능한 미션을 가능하게 해줄 유일한 무기가 되는 것이다.

재미있는 것은 이런 미래에 벌어질 일들을 미리 준비해서 사용할 수 있는 무기가 가능하려면 드라마 자체도 처음부터 완벽한 시나리오를 갖고 시작되어야 한다는 점이다. ‘프리즌 브레이크’는 사전제작드라마가 가질 수 있는 모든 장점들을 제대로 활용한다. 초반부에 나왔던 한 정신병을 가진 제소자가 후반부에 가서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되는 사전제작이 아니면 도저히 불가능한 이야기의 조합은 오히려 재미로 돌변한다. 22부의 드라마를 하나의 피스로 보고 그 피스를 하나씩 맞춰나가는 퍼즐 맞추기의 묘미를 주는 것이다.

따라서 이 드라마는 어찌 보면 제작자가 스스로 스코필드(혹은 극중 인물들)가 되어 경기를 치르는 형식으로 제작되었을 가능성이 높다. 제작자의 사전준비는 스코필드의 사전준비와 정확히 일치한다. 이것이 ‘프리즌 브레이크’가 전체의 흐름이 있고, 그 흐름의 편편이 하나의 독립된 에피소드가 될 정도로 완성도가 높은 이유이자, 한 편을 보고 나면 그 재미에 전편을 봐야하는 중독성을 지닌 이유가 된다.

각본 없는 드라마를 만드는 경기의 의외성
세 번째 장치는 짧은 시간에 탈출을 해야한다는 불가능해 보이는 미션을 위해 철저히 사전준비한 스코필드의 작전(?)을 번번이 어렵게 만드는 ‘경기의 의외성’이다. 이런 의외성을 만드는 요소들은 부지기수다. 기껏 탈출구를 다 파놓은 상태에서 정작 탈출시켜야할 형이 독방에 갇힌다거나, 갑자기 탈출해야할 통로인 환풍구가 교체된다거나 하는 것들은 오히려 쉬운 변수들이다. 더 어려운 것은 이 미션의 계획에 포함되어 있던 재소자들이 만들어내는 의외성이다. 경기는 혼자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니까.

스코필드는 목적을 위해 이들의 감정을 건드려야 하고, 딜레마를 만들기도 하며, 때로는 원하지 않는 악당하고도 손을 잡아야 한다. 이 도저히 조합될 것 같지 않은 팀원들을 끌고 나가는 스코필드의 머릿속에는 그들이 무엇을 원하고 어떤 일에 움직일 거라는 것이 기록되어 있다. 하지만 이것은 진정한 결속이 아니다. 그가 진정으로 결속될 수 있는 인물은 오로지 형뿐이다. 이 얇은 고리는 미션을 더 어렵게 만들고 그걸 천재적인 두뇌로 헤쳐나가는 스코필드를 더 돋보이게 만든다. 스코필드의 천재성에 ‘도대체 저게 사람이 할 수 있는 일이야’, 하는 질문이 나올 즈음, 드라마는 영리하게도 그의 지병인 ‘잠재 억제 부족증상’을 끄집어낸다. 천재성을 하나의 성향으로 바꿔주는 것이다.

‘프리즌 브레이크’는 마지막 쿼터에 몰려 출전한 쿼터백, 스코필드가 통솔하기 어려운(불가능해 보이는) 팀원들을 이끌고 마지막 터치다운(탈옥)을 향해 한 걸음씩 달려가는 미식축구 같은 드라마다. 그것을 가능하게 해주는 것은 바로 그의 온몸에 새겨진 문신지도이다. 이것이 스코필드가 준비했던, 아니 이 드라마의 제작자들이 준비했던 그 미로 같은 문신 속에 한번 빠져들면, 스코필드를 따라서 터치다운 지역까지 달려가기 전에는 절대로 빠져나올 수 없게 만드는 요인이다. 문신지도로 대변되는 완성도는 ‘프리즌 브레이크’를 통해 우리네 드라마 제작자들이 한번쯤 숙고해야될 것이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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