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시대, 제한적인 소재들이 만든 쏠림현상

 

코로나 시대에 할 수 있는 것이 제한적이어서 그런 걸까. 한번 성공한 소재를 여기저기서 끌어다 쓰는 프로그램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그래서 시청자들로서는 그 프로그램이 그 프로그램 같은 혼동을 일으킬 지경이다.

 

tvN <바닷길 선발대>와 MBC 에브리원 <요트원정대:더 비기닝>은 콘셉트 자체의 차별점을 찾기가 어렵다. 요트라는 소재와 바닷길 원정을 관찰카메라 형태로 담아내는 것이나, 그간 예능 프로그램에서는 많이 등장하지 않았던 배우들이 주축이라는 점이 그렇다.

 

물론 <바닷길 선발대>는 김남길과 고규필이 과거 함께 했던 <시베리아 선발대>의 연장선에 있다는 점에서 나름 이해되는 기획의 의도를 읽을 수 있다. 이찬현 PD의 연작으로서 코로나 시국에 맞는 '선발대' 시리즈라고 볼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요트 소재의 예능 프로그램은 <요트원정대>가 먼저다. 진구와 최시원, 장기하, 송호준이 태평양 항해에 도전하는 과정을 담았다. 10부작으로 마무리된 <요트원정대>는 이제 '더 비기닝'이라는 새로운 시즌으로 다시 돌아온다, 그런데 그 콘셉트가 <바닷길 선발대>와 유사해졌다. 요트를 배우고 한강에서 서해안을 종주하며 섬을 다니는 소재가 그렇다.

 

요트가 새 예능 프로그램의 소재로 떠오른 건 그 자체로 비대면이 가능한 콘셉트이기 때문이다. 요트라는 한정된 공간에서 촬영이 이뤄지고, 중간중간 요트가 정박하는 섬도 도시와 비교해 비대면이 쉽다. 게다가 바다와 섬 같은 자연이 주는 탁 트인 정경들은 코로나 시국에 답답한 시청자들의 가슴을 펑 뚫어주기에 충분하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렇게 비슷한 소재와 콘셉트의 프로그램들이 동시에 쏟아져 나오는 건 시청자들로서는 그리 반가운 일은 아니다. 심지어 프로그램이 헷갈릴 정도로 유사한 건 더더욱.

 

코로나 시대에 캠핑카라는 소재를 끌어와 괜찮은 성적을 냈던 tvN <바퀴달린 집> 이후 캠핑카가 등장하는 JTBC <갬성캠핑>이나 KBS joy <나는 차였어> 같은 예능 프로그램들이 생겨나고, 무인도 죽굴도에 들어가 섬 생활의 즐거움을 담았던 tvN <삼시세끼> 어촌편5가 큰 성공을 거둔 후 무인도는 예능 프로그램의 핫 플레이스로 떠올랐다.

 

안정환과 이영표의 케미 이후 이제 박명수와 하하가 짝을 이뤄 무인도에 들어가 거기 사는 자연인의 삶을 체험해보는 MBC <안싸우면 다행이야>도 무인도 콘셉트에 MBN <나는 자연인이다>를 섞어 놓은 듯한 느낌을 줬다. 물론 파일럿 때 꽤 괜찮은 시청률과 화제성을 만들었지만 어째 정규 편성된 후에는 힘이 빠지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고유한 이 프로그램만의 정체성을 제대로 내세우지 못하고 있어서다.

 

코로나 시국은 예능에 직격탄을 날린 게 사실이다. 야외로 나가거나 누군가를 대면하는 일은 이제 예능에서는 시도하는 것조차 쉽지 않은 일이 되었다. 그래서 섬이나 캠핑카 그리고 요트로 쏠리는 예능프로그램이 처한 현실에 일부 공감가는 면이 없지는 않다. 하지만 이렇게 비슷한 소재들을 가져오면서 명쾌한 그 프로그램만의 차별성을 내세우지 못하다가는 그 소재 자체가 식상해지는 결과가 이어지지 않을까 우려되는 상황이다.(사진:tv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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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도-어느 멋진 날’, 재미와 감동에 배려까지 모두 잡은 콩트 콘셉트

초등학생이 단 한 명인 초등학교. 주민 대부분이 어르신들인 섬, 녹도. MBC 예능 프로그램 <무한도전>이 이 섬을 배경으로 한 특집을 한다는 사실은 섣부르게도 그 감동적인 풍경을 예고할 수밖에 없었다. 평생 <1박2일>이나 <무한도전>이 찾아와주면 소원이 없겠다던 한 할머니는 이제 죽어도 원이 없다고까지 말했다. 그도 그럴 것이 초등학생이 달랑 한 명이고 주민 대부분이 어르신들인 그 섬은 많은 이들이 떠나는 섬이고 외지인의 방문도 별로 없는 곳이 아닌가. 그 곳에서 <무한도전>이 ‘어느 멋진 날’을 보내겠다는 그 선언은 그 자체만으로도 감동일 수밖에.

'무한도전(사진출처:MBC)'

실제로 녹도의 유일한 초등학생 찬희와 껌딱지처럼 그와 붙어 다니는 여동생 채희는 보는 것만으로도 시청자들을 웃게 만들었고 한 편으로는 가슴 찡하게 했다. 오빠가 하는 걸 똑같이 따라하는 동생. 또래 친구가 오빠밖에 없어 어디든 따라다니는 동생의 모습은 한없이 귀여우면서도 알 수 없는 슬픔 같은 게 느껴지게 했다. 

특히 우편배달부가 되어 편지를 전하는 양세형이 육지에서 섬으로 전해진 딸의 편지를 어르신에게 읽어주는 대목은 먹먹한 장면이 아닐 수 없었다. 한 평생을 자식들을 위해 희생하며 살아오셨고 또 자식의 짐이 되지 않기 위해 홀로 섬에서 지내시는 어르신. 물론 자신은 그 곳에서 이웃들과 언니 동생 하며 살아가는 그 삶이 너무나 행복하다고 하시지만, 그런 말에서조차 자식들을 위한 배려가 묻어난다. 

그런데 이 녹도를 배경으로 한 특집을 <무한도전>이 ‘어느 멋진 날’이라는 콩트 콘셉트로 한 부분이 눈길을 끈다. 사실 감동을 전하기 위해서였다면 ‘방문자’의 입장에서 녹도 주민들을 하나하나 만나고 그들의 사연을 들려주는 것이 훨씬 더 효과적일 수 있지 않았을까. 하지만 <무한도전>은 그런 선택을 하지 않았다. 

대신 콩트 콘셉트로 애초부터 녹도에서 나고 자란 청년들로 <무한도전> 멤버들과 게스트로 찾은 서현진이 일종의 역할극을 했던 것. 바로 이 지점은 이 특집이 녹도 주민들을 진정으로 배려하는 장치가 되어 주었다. 그들의 삶을 그저 바라보며 눈물을 뽑아내기보다는 그 삶 속에 살아가는 일원으로 좀 더 담담하게 그 따뜻한 녹도에서의 하루를 전할 수 있었던 것. 

유재석과 서현진이 찬희와 채희의 선생님으로 ‘산중호걸’을 안무와 함께 부르고, 정준하가 <윤식당>을 그대로 패러디해 ‘전식당’을 차려 마을 어르신들에게 파전과 김치전을 내놓으며 수다를 떨고, 박명수가 간호사로 어르신들의 집을 방문해 일종의 ‘웃음치료’를 선보이며, 양세형이 우편배달부로 어르신들에게 뭍에서 온 편지를 전하는 그 장면들이 훨씬 명랑해질 수 있었던 건 바로 그 콩트 콘셉트 덕분이었다. 

<무한도전> 김태호 PD는 예능이 감동을 전할 때 일정한 거리두기가 필요하다고 역설한 바 있다. 집을 지어 주거나 선물을 주면서 그 반응을 들여다보는 일종의 공익적인 느낌을 주는 예능을 할 때 너무 관찰자의 시점으로 접근하면 자칫 대상들이 소외될 수 있다는 것이다. ‘어느 멋진 날’의 콩트 설정은 그런 점에서 보면 배려가 돋보인 선택이었다. 외부자의 시선이 아닌 동문의 시선으로 녹도의 삶을 전할 수 있었다는 그 지점이 이 특집의 웃음과 감동을 더 깊게 해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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