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드, 고구려 사극, 한류드라마

이른바 대박 드라마의 계보를 잇는 드라마들의 성적표는 어떨까. 공교롭게도 수목드라마에 포진된 방송3사의 드라마들이 모두 계보의 한 끝을 쥐고 있어 주목을 끈다. 의학드라마의 계보를 이은 ‘종합병원2’와 고구려 사극의 계보를 잇는 ‘바람의 나라’ 그리고 한류드라마의 계보를 이어보려는 ‘스타의 연인’이 그것이다.

대박 드라마의 계보를 이어보려 하고 있지만 이상하게도 이들 드라마들의 성적표는 그다지 좋지 않다. ‘종합병원2’는 의드의 원조격인 ‘종합병원’의 시즌제 드라마로 등장했지만 작년 30%대의 시청률을 기록했던 ‘뉴하트’의 절반 정도에 머무는 시청률을 기록하고 있다. ‘바람의 나라’는 그 원작인 김 진의 만화가 고구려 열풍을 일으킨 주역이지만, 고구려 사극 중흥기를 만든 ‘주몽’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시청률에 머물고 있다. 한편 ‘겨울연가’를 꿈꾸는 ‘스타의 연인’은 채 10%에도 못 미치는 부진을 보이고 있다.

계보를 잇는 드라마들이 가진 공통점은 방영 전까지 다른 드라마에 비해 더 관심과 기대를 모을 수 있다는 점이다. ‘종합병원2’는 ‘종합병원’의 이재룡이 또다시 메스를 들었고, 당시 이 작품으로 최고의 작가 반열에 오른 최완규 작가가 펜을 드는 것으로 주목을 받았다. 하지만 ‘종합병원’이 방영되었던 14년 전과 지금은 상황이 그만큼 많이 변화했다. ‘하얀거탑’과 ‘외과의사 봉달희’ 그리고 ‘뉴하트’에 이르기까지 의드는 계보를 이어가며 그만큼 발전해왔고, ‘종합병원2’는 결국 그 14년의 공백을 채우지 못했다. 변호사이자 의사인 주인공 정하연(김정은)을 새로운 캐릭터로 내세웠지만, 서로 입장차가 부딪칠 수밖에 없는 의사사회와 변호사 사회 사이에 선 인물의 갈등상황은 새로운 재미보다는 주인공에 대한 매력도를 떨어뜨렸다.

‘바람의 나라’는 김 진 원작이 갖는 무게감에 재작년 ‘태왕사신기’까지 이어져온 고구려사극의 대박 신화, 게다가 ‘해신’을 연출한 강일수 PD 그리고 ‘주몽’의 주인공 송일국까지 한껏 기대감을 높여주었다. 하지만 너무 늦게 제작되어서일까. 아니면 이제는 더 이상 고구려 사극에 대한 판타지가 사라져서일까. ‘바람의 나라’는 현재 20%에 가까운 시청률을 끌어 모으고는 있지만(이것도 사극, 그것도 고구려 사극으로서는 낮은 수치가 아닐 수 없다), 상대적으로 별 주목을 받고 있지 못하고 있다.

‘스타의 연인’은 ‘겨울연가’의 작가 오수연과 배우 최지우가 함께 만드는 것만으로도 제2의 ‘겨울연가’를 기대하기에 충분했다. 초반부터 일본을 배경으로 하는 장면들은 이 작품이 한류의 부활을 애초부터 기획하고 있었음을 말해주는 대목이다. 하지만 바로 이 한류를 예고하는 점이 오히려 이 드라마의 발목을 잡는 족쇄가 되었다. 지나치게 일본을 겨냥한 듯한 초반 설정은 국내 시청자들에게 그다지 호감을 주지 못했다. 또한 ‘겨울연가’가 촉발시킨 한류기획형 드라마들이 가져온 우리네 드라마의 불황은 ‘스타의 연인’의 한류 냄새에 선입견으로 작용한 점이 있다.

작금의 방송3사 수목극이 겪는 시청률 난항이 의미하는 것은 물론 이들 드라마들의 완성도나 작품성을 얘기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이제 더 이상 과거의 계보에 기대는 것으로 대중성을 확보하려는 시도는 오히려 그 기대가 부메랑처럼 실망으로 다가오거나, 오히려 불필요한 선입견으로 작용하기도 한다는 점이다. 반 토막 난 수목극은 계보드라마의 한계를 보여주는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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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의 연인’, 스타의 정체성, 한류의 정체성을 묻다

‘스타의 연인’의 내면적인 주관심사는 물론 톱스타인 이마리(최지우)와 대학원생 김철수(유지태) 사이에 벌어지는 멜로다. 하지만 이 멜로를 촉발시키는 표면적으로 드러나는 가장 큰 사건은 ‘스타의 대필사건’이다. 왜 이 멜로드라마는 굳이 대필이라는 사회적인 문제를 건드리고 있을까. 대필과 스타 사이에는 어떤 상관관계가 있는 것일까.

대필과 스타, 그 정체성의 문제
대필이란 얼굴마담으로서 책에 기재되는 작가가 있고, 그 작가를 대신해 글을 써주는 얼굴 없는 진짜 작가가 있는 경우를 말한다. 여기서 얼굴마담을 하는 작가가 책을 낼 수 있고, 또 내는 이유는 그 이미지 때문이다. 글을 써주는 실질적인 작가가 가지지 못한 이미지를 갖고 있는 얼굴마담 작가는 자신의 것이지도 않은 이미지로 포장되어 팔린다. 상품화된 인간이 되는 것이다.

바로 이 상황은 어쩌면 스타라는 존재가 가진 운명과 같다. 이마리는 김철수 앞에서는 “∼했어염”하며 닭살 애교를 부리고 때론 약한 모습을 보이며 눈물을 흘리는 한 여자지만 대중들 앞에서는 철저히 그들이 요구하는 이미지의 존재가 된다. 스타라는 외부의 시선으로 위치 지워지는 이미지와 실제 자신의 모습 사이에 놓여진 거리는, 저 얼굴마담 작가와 대필자 사이만큼이나 멀다. 이 드라마가 기본적으로 상정해놓은 것은 바로 이 스타로서의 인간과 한 보통인으로서의 인간 사이에 놓여진 거리감이다.

그런데 이 거리감을 뛰어넘게 되는 것은 지나치게 대필자와 얼굴마담이 진지해지는 경우다. 대신 쓰기 위해서는 이해를 전제로 해야하는데 바로 그 과정에서 대필자 김철수는 얼굴마담 이마리의 스타로서의 불행한 면면(상품화된 인간)을 바라보게 되고, 이마리는 그 김철수의 진지한 시선이 잃고 있던 자신의 본질을 찾게 해준다는 점에서 끌린다. 스타는 말 그대로 저 하늘에 걸려있는 허구의 별로서 존재하는데, 그 별이 실질적인 땅을 바라보게 되고 그 곳으로 내려오려 하는 그 과정이 ‘스타의 연인’이다. 그러니 갈등은 그 스타를 하늘 위의 허구의 별로 세워놓고 상품화시켜온 서태석(성지루)과 이들 연인 사이에서 벌어진다.

한류드라마와 진정성을 담은 드라마 사이의 거리
바로 이 상품화의 문제는 ‘스타가 그저 한 사람으로서 사랑할 수 있는가’라는 이 드라마가 던지는 질문을 좀더 확장해서 바라볼 수 있게 해준다. 이 드라마가 한류를 겨냥했다는 점은 상품화된 인간인 스타와, 상품화된 드라마로 변질된 한류드라마를 같은 위치에서 바라보게 만든다. 즉 기획된 드라마와 진정성을 담은 드라마 사이에는 얼마 만큼의 거리가 있느냐는 점이다.

이런 면에서 ‘스타의 연인’은 한류를 겨냥한 것은 분명하지만, 지금까지 부정적인 시선을 던지게 만들었던 한류기획상품 드라마와는 조금 결을 달리한다. ‘겨울연가’가 성공할 수 있었던 요인은 한류를 기획하고 만들었던 것이 아니고 멜로 드라마의 깊은 곳을 진정성의 시선으로 바라봤기 때문이다. 그러나 ‘겨울연가’의 성공 후에 제 2의 ‘겨울연가’를 꿈꾸는 기획 드라마들이 등장했다. 몇몇 한류스타를 얼굴마담으로 내세웠지만 드라마의 진짜 모습은 형편없었던 이들 드라마들의 위상은 때론 김철수 같은 진지한 대필자를 만나 성공하기도 했지만, 대부분은 본 모습의 얄팍함을 드러내며 실패를 거듭했다.

‘스타의 연인’은 그런 면에서는 꽤 영리한 드라마라 할 수 있다. 최지우라는 한류스타를 내세웠지만 그 한류스타로서의 이미지만을 포장하지는 않으며, 오히려 드라마를 통해 최지우의 일상적인 면면을 진정성의 이름으로 내보인다. 유지태는 시종일관 진지한 모습을 통해 이 한류스타의 진정성에 접근하고 동시에 드라마의 진정성에 접근한다. 부성철 감독의 공을 들인 촘촘한 연출과 오수연 작가가 던지는 꽤 진지한 질문들은 멜로만이 남은 앙상한 한류기획상품 드라마라는 선입견을 벗어나게 해준다.

‘스타의 연인’은 스타의 정체성, 즉 하늘에 걸려있는 허구의 별로서의 이미지와 땅에 발을 딛고 살아가는 한 실제적 인간으로서의 삶을 질문하면서, 동시에 자신의 드라마에 대한 정체성을 질문하는 드라마다. 한류 드라마는 더 이상 허명으로서 만들어지거나 유지될 수 없고, 실질적인 진정성에 도달해야 비로소 얻어질 수 있다는 것을 자인하는 드라마다. 이처럼 꽤 진지한 질문들을 던지고 있지만 왜 여전히 시청률은 오르지 않을까. 이 상황은 어쩌면 (한물 간) 한류드라마라는 이미지를 가진 ‘스타의 연인’이라는 껍질이 아직까지는 너무나 단단하다는 것을 반증하는 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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