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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프리티 랩스타>가 서바이벌을 추구한 까닭

 

다시 시작한 <언프리티 랩스타>. 그 포문은 스튜디오에 덜렁 놓여진 의자들에 출연하는 여성 래퍼들이 한 명씩 들어와 앉는 첫 대면에서부터 시작됐다. 아무 것도 없이 의자들만 놓여진 공간에 들어오게 된 관계가 서먹서먹한 여성 래퍼들은 서로를 의식하며 경계한다. 모르는 사람도 같은 공간에 들어와 있으면 하기 마련인 그 흔한 인사조차 없이 침묵하는 그 몇 분 간은 그래서 긴장감이 흐를 수밖에 없다.

 


'언프리티 랩스타(사진출처:Mnet)'

물론 이미 유명한 길미나 원더걸스 유빈 혹은 시스타의 효린 같은 출연자도 있다. 그들은 워낙 잘 알려져 있어서 서로 간의 인사가 자연스럽다. 하지만 이런 방송 자체가 낯설 수밖에 없는 헤이즈, 애쉬비, 키디비, 트루디 같은 출연자는 누군가의 말 한 마디 행동 하나하나에 반응을 보인다. 물론 그들은 앞에서 내색하려 하진 않는다.

 

하지만 카메라는 그들의 얼굴 표정에서 속내를 읽어낸다. 여기에 따로 촬영되어 붙여진 인터뷰에서 과감하게 드러나는 속내가 덧붙여지면 이 침묵의 스튜디오의 긴장감은 더 높아진다. 누군가 갑자기 의자를 박차고 일어나기만 해도 마치 싸움이라도 벌어질 것 같은 살벌한 공기가 조성된다. 시청자들로서는 이 분위기가 불편하게 느껴질 수도 있다. 어차피 랩으로 하는 오디션 프로그램이면 랩만 제대로 들려주면 되는 게 아니냐는 이야기가 나오기도 한다.

 

하지만 <언프리티 랩스타>는 이 불편한 관계 속에서 터져 나오는 속내를 랩이라는 장르에 얹여 폭발력을 만들어내는 프로그램으로 자리 잡았다. 오디션 프로그램이라고 표현하기보다는 어떤 면으로는 서바이벌 프로그램에 가깝다. 오디션 프로그램이 모래알 같은 무수한 지원자들 속에서 진주같은 원석을 찾아내는 것이라면, <언프리티 랩스타>는 이미 무대 위에 올려진 여성 랩퍼들 중에서 미션을 통해 한 명씩 탈락시키는 서바이벌을 표방하고 있다.

 

그 꼴찌와 일등을 가르는 투표가 공개적으로 진행된다는 사실은 이 프로그램의 서바이벌적인 속성을 그대로 드러낸다. 이들은 랩을 들고 무대 위에 서 있지만 실상은 늘 생존과 탈락의 위기에 몰릴 수밖에 없는 무인도에 올려져 있는 셈이다. 잘 하면 마지막 생존자가 되어 모든 걸 가질 수 있지만 잘못 하면 갖고 있던 것조차 모두 잃어버릴 수 있다.

 

서바이벌은 논란의 불씨를 항상 갖고 있다. 이를테면 효린이 이 프로그램에 출연한 것에 대해서 도대체 랩퍼도 아닌 이가 왜 나왔는가 하는 의구심과 불쾌감을 드러내는 다른 랩퍼들의 반응은 효린이든 아니면 해당 래퍼에게는 꽤나 논쟁적인 면을 만들 수 있다. 효린의 말처럼 랩을 좋아하기 때문에 도전하고 싶었다는 말에 동조하는 이들도 있지만, 이 살벌한 현장에서 좋아해서 도전한다는 얘기가 배부른 이야기처럼 받아들이는 이들도 있을 것이다.

 

또 결국 1회 첫 미션에서 꼴찌가 된 효린이 원테이크 뮤직비디오를 찍을 때 반복되는 NG 때문에 립싱크를 했던 대목도 마찬가지다. 다른 랩퍼들이 얘기하는 것처럼 랩을 해야 되는 순간에 립싱크는 랩퍼로서는 자격미달이라 여겨질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타인들에게 피해를 주는 것이 미안해 그렇게라도 자기 분량을 희생한 효린의 입장이 이해되지 않는 것도 아니다.

 

사실 최근 들어 힙합이 하나의 젊은 트렌드로 자리하기 시작했지만, 여전히 일반인들에게 힙합은 낯설게 다가오기도 한다. 특히 여성 랩퍼들은 더더욱 그렇다. 주로 랩이 들어갔던 가요들이 여성들의 멜로디에 남성 랩퍼들의 랩으로 구성되는 것이 일반적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쇼 미 더 머니>로부터 기화해 <언프리티 랩스타>로 이어지는 흐름이 만들어지면서 상당 부분 여성 랩퍼들에 대한 인식도 달라졌다.

 

문제는 프로그램의 형식이 서바이벌을 차용하고 있기 때문에 거기서 주목받는 여성 랩퍼들의 면면 또한 센 언니의 이미지로만 너무 흘러가고 있다는 점이다. 물론 랩이 가진 특성상 이런 센 이미지는 어쩔 수 없을 지도 모른다. 하지만 랩이라는 것이 타인에 대한 디스와 자신의 처지에 대한 토로로만 한정되는 건 너무 편향적이란 생각도 든다.

 

물론 <언프리티 랩스타>가 편견으로 자리했던 여성들의 수동적인 이미지를 깨준 것은 의미 있는 일이었다. ‘프리티만을 요구하는 세상에 언프리티해도 멋있을 수 있다는 것. 하지만 프로그램을 위해서도 여성들의 능동적 이미지를 다양화하고 다원화하는 차원에서도 이제는 언프리티의 개념을 좀 더 확장할 필요가 있지 않을까 싶다.

 

세상의 부조리에 대해 과감한 독설을 날릴 수 있는 이미지나, 또 여성성 자체를 부정하기보다는 그것을 오히려 긍정적으로 끄집어낼 수 있는 이미지 같은 다양한 여성 랩퍼의 결을 살려내는 건 어려운 일일까. 그래서 애초에는 프리티를 강요받는 세상에서 언프리티를 보여줬던 것이 이제는 반드시 여성 랩스타가 되기 위해서는 마치 언프리티를 강요받아야 하는 아이러니한 상황을 뛰어넘는 일. 그게 <언프리티 랩스타>가 진화할 수 있는 길이 아닐까.



Posted by 더키앙

황석정이 보여준 <나 혼자 산다>의 진가

 

황석정은 드라마 <미생>의 반전뒤태 재무부장으로 대중들의 마음속에 불쑥 얼굴을 내밀었다. 그녀는 최근 예능 프로그램에 러브콜을 받는 인물이 되었다. 이제 중년에 혼자 살아가는 그녀는 MBC <나 혼자 산다>라는 프로그램에 최적일 수밖에 없다.

 

'나 혼자 산다(사진출처:MBC)'

소유나 효린, 엠버처럼 간간히 여성 출연자들이 출연하게 된 것은 이 프로그램의 특징이라고 할 수 있는 일상에 부려진 관찰카메라의 시선이 자칫 엿보기 악취미로 그려질 수 있는 위험성이 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혼자 사는 일상이 주는 헛헛함이 어찌 남성들만의 것이랴.

 

그런 점에서 보면 황석정만큼 그 리얼함의 끝을 보여준 인물도 없을 것이다. 자다 일어난 부스스한 민낯은 기본이고 목욕탕에 쪼그리고 앉아 긴 머리를 벅벅 감는 모습도 그렇게 자연스러울 수가 없다. 같이 사는 반려견 대박이와의 스킨십은 마치 오래된 지인같은 편안함이 묻어나고, 도시락으로 김밥을 마는 솜씨에서는 그녀의 능숙함이 묻어난다.

 

사실 황석정이 등장해서 보여주는 특별함이라는 것은 거의 없다. 그것은 그저 그녀의 일상일 뿐이다. 차 한 잔을 들고 나와 베란다에 앉아 마시는 장면이나, 거기에 그녀가 키워놓은 꽃과 야채를 살짝 보여주는 것, 그리고 소파를 떡하니 차지하고 앉아 있는 모습이 일상처럼 보이는 대박이를 바라보는 건 남다를 것 없는 보통사람들의 삶 그대로다.

 

이제 대중들이 TV를 통해 보려고 하는 건 셀러브리티들의 특별한 삶에 대한 선망이 아니게 되었다. 관찰카메라의 시대는 보다 일상 가까이에서의 공감을 요구한다. 따라서 황석정이 보여주는 특별할 것 없는 일상의 소소함이란 다름 아닌 <나 혼자 산다>가 가진 진가다. 이 프로그램을 늘 새롭게 하는 것은 그 특별함을 거둬내고 일상의 자잘함들에 시선을 돌릴 때 생겨난다.

 

민화를 배우고 그렇게 그린 그림을 황정음이나 김광규 같은 지인들에게 선물하고, 같은 나이로 혼자 살아가는 대학동기들과 만나 한 잔의 술을 마시며 이젠 달콤한 말을 좋아하지 않는다는 그 나이대에 가질 수밖에 없는 솔직한 소회를 나눈다. 그리고 다시 돌아온 텅 빈 집으로 홀로 들어가는 그녀의 모습에서는 누구나 그 삶의 뒤태를 보면 느껴질 수 있는 쓸쓸함이 묻어난다.

 

병원 검사비 때문에 한껏 딸을 걱정하고 미안해하는 엄마의 목소리와, “괜찮다고 재차 말하는 황석정의 무덤덤한 표정 속에는 그래서 우리네 삶이 고스란히 담긴다. 특별할 것 없는 삶이지만 그렇게 하루를 들여다보면 드디어 보이는 그 반짝거림의 실체. 그것은 우리가 사는 삶이 그런 아무 것도 아닌 일상으로 흘러가지만 그것들이 하나하나 쌓여 그 사람이라는 존재를 소중하게 여겨지게 만든다는 것.

 

이것은 <나 혼자 산다>가 빛나는 이유다. 이 카메라가 헌사하는 일상에 대한 시선들 속에는 그렇게 무참하게 흘러가는 시간들에 대한 소중함이 묻어난다. 황석정의 그 지극히 자연스러운 일상의 모습들에서 느껴지는 보통의 특별함’. 그것이 <나 혼자 산다>의 진가다.

 

 

Posted by 더키앙

<나가수3>, 문제는 선택이 아닌 과정에 있었다

 

MBC <나는 가수다3>의 이수는 애초에 하지 말았어야 할 선택이었다. 미성년자 성매수 사건에 연루된 가수를 지상파, 그것도 <나는 가수다>를 통해 복귀시킨다는 건 무리수가 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러니 애초에 이수라는 이름을 꺼내놓지 않았다면 <나는 가수다3>는 좀 더 음악에만 집중할 수 있는 분위기를 가져갈 수 있었을 것이다.

 

'나는 가수다3(사진출처:MBC)'

하지만 첫 무대에서 선호도 1위를 차지한 박정현보다 방송에서 편집된 이수의 2위가 더 이슈가 되고 있다. 항간에는 이수에 대한 동정론이 나오고 심지어 안타깝다는 얘기까지 나온다. 그런데 이런 이야기들은 거꾸로 생각해보면 상식적으로 이해가 가지 않는 부분이다. 만일 방송 전부터 논란이 쏟아졌던 이수가 방송된 대로 방영됐다면 어떤 상황이 전개됐을까. 그것은 아마도 이수에 대한 비난과 함께 <나는 가수다3>에 대한 비난으로 이어졌을 것이다.

 

결국 하지 말았어야 할 이수의 출연을 번복한 것은 그마나 <나는 가수다3>의 차선책으로 어쩔 수 없는 선택의 성격이 강했다는 점이다. 하차 소식 전 이수 출연에 대한 대중들의 비난은 자칫 프로그램의 존폐를 가름할 정도로 거셌던 것이 사실이다. 그가 노래를 잘 할지는 몰라도 정서적으로 대중들이 그의 모습을 방송으로 보는 걸 그다지 원치 않는다는 건 분명했다.

 

즉 이런 뒤늦게나마 이수의 하차 선택이 잘못됐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점이다. 문제는 그 과정에 있었다. 녹화 후 방송까지 일주일이라는 시간이 있었지만 <나는 가수다> 측은 너무 서둘러 녹화한 바로 다음 날 하차 소식을 발표했다. 이수 출연에 대한 논란 여론이 비등한 상황은 분명했지만 그렇다고 너무 빨리 하차를 발표한다는 것은 그래도 녹화까지 한 가수에 대한 충분한 배려를 담지 못했다는 점이다.

 

만일 논란이 쏟아지는 와중에도 고민에 고민을 거듭하다 방송일에 임박해 하차 소식을 전했다면 어땠을까. 이렇게 됐다면 상황은 또 달라졌을 가능성이 높다. 그것은 최소한의 고민한 흔적이 느껴지기 마련이고 결과적으로는 대중들의 의견을 수렴하는 모양새를 갖출 수 있었을 것이기 때문이다.

 

이번 <나는 가수다3>의 이수 논란은 그래서 그 과정에 꽤 많은 만일에 이랬더라면...’하는 안타까운 선택의 순간들이 야기한 면이 크다. 즉 애초에 이수를 섭외하지 않았더라면 어땠을까. 아직까지는 요원한 그의 방송출연에 대한 비난의 목소리를 좀 더 일찍 들었더라면 어땠을까. 이미 녹화를 했다고 만일 그대로 방송에 내보냈다면 어떤 일이 벌어졌을까. 또 하차 결정을 하는 과정에서 조금만 더 고민의 시간을 갖는 모양새를 갖췄다면 어땠을까.

 

어쨌든 이수 논란은 지금도 뜨거운 것처럼 함께 가져가서는 안 되는 것이 분명했다. 만일 그가 방송을 강행했다면 <나는 가수다3>라는 프로그램도 적지 않은 상처를 입을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하지만 매끄럽지 못한 하차 발표의 과정은 이수에 대한 동정론과 <나는 가수다3>에 대한 비난 여론으로 이어지게 되었다. 안타까운 일이다. 온전히 음악으로만 충만할 수 있었던 무대가 아니었던가.

 

어차피 되돌릴 수 없는 일이다. 이미 첫 방영된 <나는 가수다3>는 오로지 음악에 대한 몰입을 보여주려 노력하고 있다는 점이 역력했다. 이런 노력이 이수 이슈에 가려진다는 건 안타까운 일이다. 이번 일로 결과와 선택 그 자체만큼 중요한 것이 과정이라는 걸 깨달았으면 한다. 상처를 딛고 <나는 가수다3>가 온전히 음악에 대한 진정성으로 대중들 앞에 다시 서기를 기대한다.

 

Posted by 더키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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