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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간 정덕현
‘알쓸신잡2’, 잡학이어서 가능한 지식의 융복합제주도 2편으로 방영된 tvN 에서 정방폭포를 갔다 온 장동선 박사는 그 곳의 지명이 왜 ‘서귀포’라 명명되었는가에 대한 이야기를 꺼내놓는다. 저 ‘진시황의 불로초 원정대’를 이끌고 온 서복이 이 곳으로 들어왔다고 해서 ‘서귀포’라 불렸다는 설. 그런데 이야기는 불로초가 상기시키는 ‘영생’에 대한 문제로 옮겨간다. 황교익과 유시민이 유한한 삶이야말로 삶을 가치 있게 만들어주는 것이라며 ‘영생’이 그리 좋은 것이 아니라 말한 반면, 장동선 박사와 유현준 교수는 그러한 욕망이 우리를 진보하게 만들어 준다는 다른 의견을 낸다. 결국은 사멸해가는 존재로서의 인간이 가진 한계와 가능성을 얘기하면서 장동선 박사는 정방폭포의 그 추락과 열역학 제2 법칙 ‘엔트로피’ 이야..
김하늘에 대한 깊은 공감이 말해주는 것 어쩌다 그녀는 모든 걸 잃어버렸을까. KBS 의 최수아(김하늘)에게 남편 박진석(신성록)은 “당신이 생각하는 방식, 움직이는 소리도 싫다.”는 막말을 듣는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그녀는 침착하다. 감정의 동요를 보이지 않는다. “싫다는 소리 직접 듣는데 진상 손님 같아. 아무 느낌이 없어.”라고 말한다. 이미 그녀의 마음속에 늘 자기중심적이고 타인에 대한 배려 따위는 없는 남편의 존재는 사라진 지 오래다. 그녀는 박진석이 자신의 절친인 송미진(최여진)과 부적절한 관계였다는 사실을 알고 절망한다. 그러데 그 절망은 남편에 대한 실망 때문이 아니다. 오히려 남편보다 더 오래 알아왔던 송미진이 자신에게 그녀와 남편 사이의 오랜 관계에 대해 숨겨왔다는 것에 대한 절망이다. ..
책 한 권으로도 제대로 놀 줄 아는 이젠 계획이 틀어져도, 책 한 권만 있어도 충분히 재밌을 수 있다? 제주도편이 보여준 건 오히려 계획에서 틀어질 때 이 여행 버라이어티는 훨씬 더 재밌어진다는 것이었다. 은 본래 우리나라 최남단인 마라도가 최종 목적지였지만 풍랑 때문에 배를 탈 수 없게 되자 마라도가 멀리 보이는 하모 해수욕장에서 복불복을 했다. 작년 갑작스런 기상악화로 섬에 들어가지 못했을 때 출연자들로부터 플랜 B가 없다고 비난받았던 제작진들은 나름 준비한 해녀복을 챙겨 입고 이른바 ‘해녀 올림픽 3종 경기’를 했다. 바람이 쌩쌩 부는 해수욕장에서 해녀복을 입은 출연자들은 코끼리코를 하고 달리기, 멀리 뛰기 그리고 바닷물에 살짝 앉아 손뼉으로 상대방 넘어뜨리기를 했다. 지극히 단순한 복불복이지만 해..
이젠 같은 외국인 예능도 농촌으로 이젠 외국인들도 농촌으로 간다? 2% 시청률에서 허덕이는 MBC 이 꺼낸 카드는 농촌이다. 은 강원도 모운동 마을을 방문해 현지 주민들과의 1박2일을 보내는 장면을 내보냈다. 워낙 침체의 늪이 깊어 그다지 큰 효과가 즉각 드러나지는 않았다. 하지만 지금껏 나왔던 의 그 어떤 장면들보다 이 시골 어르신들과 외국인들의 만남은 각별하게 다가왔던 것이 사실이다. 몇 안 되는 집들에 홀로 살아가시는 어르신들과 외국인들의 만남. 그 장면 자체로도 왠지 모를 뭉클함을 전해주었다. 특유의 친화력으로 어르신들과 스스럼없는 모습을 보여준 강남이나, 첫 출연이지만 정이 느껴지는 터키의 핫산, 어르신들 앞에서 ‘곰 세 마리’를 부르며 ‘재롱잔치’를 한 후지이 미나, 할머니를 쉬게 해주려고 열..
'파라다이스 목장', 제주도를 닮은 드라마 '파라다이스 목장'이란 드라마의 멜로는 특이하다. 이미 한 번씩 결혼하고 이혼한 남녀들이 제주도 목장을 배경으로 다시 만난다. 이혼했던 이다지(이연희)와 한동주(최강창민)는 한 집에서 살지만 부부도 아니고 연인도 아니다. 리조트 개발에 대한 지역주민의 동의서를 얻기 위해 한동주가 이다지의 집에 들어온 것. 그 뿐이다. 표면적인 이유는 그렇지만 진짜 그뿐일까. 이 두 사람은 여전히 부부처럼 툭탁거리고 싸우면서도 자꾸 과거 좋았던 시절을 떠올리고, 서로를 도와주려 애쓴다. 부부도 아니고 연인도 아니지만 때론 부부 같고 때론 연인 같다. 이런 두 사람 사이에 서윤호(주상욱)라는 엄친아가 끼어든다. 성공한 리조트 투자자인 그는 이다지의 풋풋함에 빠져든다. 이다지 역시 ..
‘인생은 아름다워’, 왜 제주도 펜션일까 김수현 작가의 ‘인생은 아름다워’의 공간은 제주도의 펜션이다. 물론 제주도의 아름다운 풍광은 매력적이지만, 제작을 염두에 두고 보면 제주도라는 공간은 난점이 더 많다. 일단 거리가 너무 멀다. 제작진과 출연진이 촬영을 위해 제주도에 모이는 것도 쉬운 일은 아니고, 모여서 촬영을 하는 것은 더더욱 쉽지 않다. 바람이 많이 불고 기상도 수시로 변해 촬영이 지연되기 일쑤다. 혹 뜻밖의 상황을 맞이해 비행기라도 뜨지 않게 되면 편집이 늦어져 방송에 차질이 빚어질 수도 있다. 그런데 왜 하필 제주도의 펜션일까. 물론 추정이지만, 아마도 제주도라는 공간이 갖는 의미가 ‘인생은 아름다워’라는 작품과 일맥상통하는 부분이 있기 때문일 것이다. 이 드라마는 결코 쉽지 않은 가족 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