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록2020/04/20 (11)
주간 정덕현
‘반의반’, 보편적인 소통엔 실패했지만 색다른 시도 “반보기라는 말 알아요?” tvN 월화드라마 에서 하원(정해인)은 한서우(채수빈)에게 전화해 그렇게 묻는다. 그러자 서우는 “반만 본다는 건가..”하고 자신 없는 추측을 한다. 하원은 “결혼하는 여자가 친정엄마 보고 싶을 때 딱 반 되는 지점에서 잠깐 보는” 것을 반보기라고 한다고 설명한다. 그렇게 잠깐 반보기를 하자는 하원의 제안에 중간 지점에서 만난 두 사람. 하원은 대뜸 손을 내민다. 서우가 그 손 위에 손을 포개자 하원이 말한다. “짧고 애틋하게.” 그렇게 잠깐 보더라도 그 마음의 애틋함은 그래서 더 커질 수 있다는 이야기다. 이 장면은 안타깝지만 12회로 조기종영을 결정한 이라는 드라마가 건네는 말처럼 들린다. 짧지만 그래서 더 애틋한 드라마...
‘아무도 모른다’, 선명해진 좋은 어른과 나쁜 어른의 대결구도 아무도 모를 것 같던 사건의 진상이 이제 거의 수면 위로 떠올랐다. 차영진(김서형)이 형사의 길을 걷게 만들었던 성흔연쇄살인은 서상원(강신일)과 백상호(박훈)가 함께 저지른 사건이었다. 고은호(안지호)가 밀레니엄 호텔 옥상에서 추락한 일 역시 그 연쇄살인의 증거를 목격하고 백상호의 무리들로부터 도망치다 벌어진 일이었다. SBS 월화드라마 가 오리무중이었던 그 사건의 실타래들을 하나하나 묶어내 그 진실에 다가가고 있다. 그런데 생각해보면 이 모든 진실의 실마리는 고은호라는 아이로부터 겨우 붙잡을 수 있었던 것이었다. 길에 쓰러진 장기호(권해효)를 그냥 지나치지 않고 구해줬기 때문에, 그래서 장기호가 백상호 무리들의 치부가 담긴 성경책을 고은호에..
‘날씨가’, 문정희가 아픔을 딛고 빛을 보길 바란다는 건 “윤택아. 난 빛을 잃었어. 이제 아무 것도 없어. 그니까 나한테 뭘 바라지 마.” JTBC 월화드라마 에서 심명여(문정희)는 북현리까지 내려온 차윤택(황건)에게 그렇게 말했다. 그는 빛을 잃었다. 아니 빛을 거부해버렸다. 언니 심명주(진희경)에게 상습적인 폭력을 가해온 형부를 겁에 질린 나머지 차로 밀어 죽게 했던 날, 그에게 삶의 빛은 사라져버렸다. 그 살인죄를 온전히 언니가 뒤집어쓰고 감옥에 갔고, 언니는 그 모든 일이 자신 때문이라며 너는 너의 길을 가라고 했지만 이미 벌어진 그 사건은 그를 안에서부터 무너뜨렸다. 어쩌면 죄에 대한 벌을 대신 받고 출소한 심명주는 심명여보다는 홀가분해졌을 지도 모른다. 하지만 언니가 대신 처벌을 받고 자신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