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 정덕현

봄의 전령, 버스커 버스커의 청춘불패(靑春不敗)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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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의 전령, 버스커 버스커의 청춘불패(靑春不敗)

D.H.Jung 2014. 4. 9. 12: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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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틈은 어떻게 지지 않는 청춘을 만들었나

 

봄바람 휘날리며 흩날리는 벚꽃 잎이 울려 퍼질 이 거리를 우우 둘이 걸어요 -’ 어느덧 봄이 오긴 오나보다. 버스커 버스커의 벚꽃엔딩이 들리는 걸 보니. 마치 캐럴 같은 시즌 송이라고 이 노래를 지칭하곤 하지만, 해마다 봄이 되면 꽃이 피듯 피어나는 이 곡에 대한 정의치고는 너무나 인색한 표현이다. 도대체 이 노래에 무엇이 숨겨져 있기에 이토록 봄을 부르는 것일까. 마치 눈앞에 풍경이 펼쳐지는 것 같은 가사말의 힘일까, 아니면 무심한 듯 툭툭 던져 넣는 장범준의 목소리가 가진 마력일까, 그것도 아니라면 어디론가 누군가와 함께 떠나 걷고 싶은 충동을 불러일으키는 경쾌한 반주의 설렘 때문일까.

 

올해도 어김없이 버스커 버스커는 봄의 전령처럼 찾아왔다. ‘청춘(靑春)’이라는 말이 늘 푸른 봄이란 뜻을 갖고 있는 것처럼 버스커 버스커의 시간은 이 노래가 나왔던 2012년에 멈춰 있다. 마치 <별에서 온 그대>의 도민준(김수현)400년 전 모습 그대로 청춘을 구가하는 것처럼. 본래 노래가 그 짧은 시간 안에 적게는 몇 년에서 길게는 수십 년의 세월을 훌쩍 뛰어넘어 그 노래가 처음 흘러나오던 시절의 추억을 되살려놓는 것 같이. 버스커 버스커의 노래는 음악이 가진 시간여행을 판타지가 아닌 현실에서 가능하게 하고 있다.

 

버스커 버스커가 처음 <슈퍼스타K> 무대에 나왔을 때를 떠올려보면 그들이 이런 마력의 노래를 내놓을지 그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다. 당시는 <나는 가수다>가 한창 피 튀기는 가창력의 제전을 벌이던 때가 아닌가. 누구 목청이 더 좋은가에서부터 누가 더 높이 올라가나가 이 오디션에서 생존하는 조건이었다. 노래는 칼과 창이 되었고, 그 화려한 기교와 현란한 악기들의 향연은 대중들의 귀를 먹먹하게 만들었다.

 

이런 시기에 버스커 버스커는 너무나 가녀린 아마추어 밴드 같았다. <슈퍼스타K>의 심사위원들은 일제히 장범준의 고음을 지적했고 패턴화된 버스커 버스커의 사운드를 한계로 지목했다. 결국 버스커 버스커는 톱10에도 들지 못하고 떨어져 생방송 무대에 올라가지 못할 위기에 처했지만 그 때 행운의 여신이 그들에게 미소를 지었다. 10에 들었던 예리밴드가 무단 탈퇴를 선언하면서 그 공석을 메우게 됐던 것. 하지만 그 후 정상을 향해 정주행한 버스커 버스커는 톱2에 오르게 되었고, 무엇보다 오디션 이후 발표한 음반은 매해 봄이면 음원차트에 등장하는 좀비음악(결코 죽지 않고 돌아오는)으로 자리했다.

 

이것이 어떻게 가능했을까. 그것은 버스커 버스커라는 밴드가 가진 빈틈 혹은 허점의 매력에서 비롯된다. 노래가 무기가 되고 무대는 전장이 되던 오디션 열풍의 충격이 어느 정도 지나가자 대중들은 다시 본래의 음악을 찾게 되었다. 감성을 전하고 편하게 즐길 수 있는 그런 음악. 무엇보다 너무 인위적이거나 만들어진 느낌이 아닌 자연스럽고 인간적인 음악을. 완벽함이 아니라 어딘지 빈 구석이 있는 듯한 버스커 버스커의 노래는 바로 그 단점으로만 지적되었던 것들이 오히려 장점으로 발휘되는 결과를 가져왔다.

 

기계음을 넣어 자로 잰 듯 깔끔하게 나오는 MR에 맞춰 마치 로봇처럼 기계적인 동작을 반복하는 아이돌. 나 노래 잘해!”하고 외치는 듯, 노래를 통한 마음의 전달이 아니라 가창력 뽐내기를 하는 오디션 프로그램의 가수들. 버스커 버스커는 그들과는 정반대의 길을 걸어갔다. 완벽한 사운드가 주는 인공적인 느낌을 제거하고 차라리 빈틈을 제공하고, 가창력 자랑의 과잉을 빼고 대신 편안함과 인간적인 감성을 노래에 담아냈던 것. 그 흔한 방송 출연도 극도로 자제하면서 노래는 오로지 라이브 무대에서만 부르는 아날로그적 행보도 이례적인 것이었다. 결국 이러한 버스커 버스커의 노래는 기존 가요계의 마치 찍어낸 듯한 음악들의 홍수 속에 지쳐있던 대중들의 귀를 편안하게 파고들었다. 단점은 오히려 개성이 되었다.

 

많은 사람들이 개성은 도드라진 장점이 만드는 것으로 착각하곤 한다. 따라서 청춘은 미숙한 것이고 차츰 성숙해져가는 것이 보다 바람직한 것이고 좋은 것이라고 생각하곤 한다. 하지만 과연 그럴까. 오히려 개성을 만드는 것은 장점이 아니라 단점이다. 완벽하게 모든 걸 구사하는 이들에게 인간적인 매력이 느껴지지 않는 반면, 어느 한 구석 비어있는 이들이 그것을 오히려 장점으로 바꾸는 과정에서 개성이 드러나게 된다. 봄이면 찾아오는 버스커 버스커의 노래는 그래서 청춘의 위대함을 보여준다. 그 조금은 부족하고 빈틈이 많지만 그래도 바로 그것을 마음껏 긍정함으로써 우리네 인생의 최절정으로 기억되는 순간. 바로 청춘이 아닌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