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 정덕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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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글들/스토리로 떠나는 여행

거꾸로 강을 거슬러 오르는 연어들처럼

D.H.Jung 2007. 10. 31. 1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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쏠비치에서의 하룻밤, 시간은 계속 흐른다

때론 거꾸로 가고 싶은 마음이 들 때가 있다. 한 해가 가는 요즘 같은 경우가 그런 때. 바다로 나가 알래스카까지 갔다가는 다시 고향으로 돌아오고 있다는 양양의 연어 떼가 보고 싶어 길을 나섰다. 그리고 다다른 곳은 양양의 쏠비치 근처에 있는 작은 어촌이었다.

쏠비치 앞바다, 그 명경지수 위에 떨어지는 조명들 사이로 낯선 그림자가 어른거린다.


빛은 때론 사물 속에 숨겨진 색을 은폐한다. 밤 바다에서 잡아낸 하늘은 여전히 파란색이었다.

저 멀리 등대가 깜박였다. 바닥에는 낮 한 때를 놀았을 발자욱들이 여기저기 시간의 흔적을 남겨놓았다.

자연만 덩그라니 놓여있어도 좋을 그 곳, 한 켠에서는 괴물처럼 고개를 떨군 포크레인이 서 있었다. 나도 저 힘겨운 하루의 노동을 끝낸 포크레인처럼 어느 곳에 숨어들어 잠이 들고 싶었다. 밤은 어두웠고 꿈은 깊었다.

새벽 무언가가 나를 다시 바다로 불렀다. 그 간지러운 듯한 소리는 저 바다 끝에서부터 솟구치는 시간이 내는 소리였다. 일어나라!

도시에서 전봇대를 본 기억이 언제던가. 어촌에 세워진 전봇대는 낯설었다. 이원수의 동요처럼 먼뎃말도 전해주는 전봇대는 지금 누구에게 누구의 말을 전하고 있을까.
물은 계속해서 흔적을 지우고 있었다. 시간이 남겨놓은 흔적은 시간이 지우고 있었다.

회귀한 연어들은 저마다 한 주먹씩의 알을 쏟아내 생명을 만들어내고는 바닷바람에 말려졌고, 그것은 누군가의 살이 되었다.

거꾸로 강을 거슬러 오르는 연어들처럼
자꾸만 끝을 향해 달리는 시간을
그 곳에서 목도한 나는
오히려 마음이 편안해졌다.
다음 해에는 또 다른 연어들이 이 곳을 찾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