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 정덕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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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글들/스토리로 떠나는 여행

가을빛에 풍덩 빠져보자

D.H.Jung 2006. 9. 7. 16: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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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천 전곡리선사육적지
깊어 가는 가을 날, 한적하게 그 가을의 색을 느끼고 싶다면 연천으로 가라. 교과서 속에서만 보았던 그 현장을 직접 발로 디뎌보고 몸으로 느끼면서 또한 가을의 향을 만끽해보자. 그리고 신북 열두개울에서 가을의 풍류를 느껴보자.

선사의 땅, 전곡리
선선한 바람이 머리를 시원하게 하고, 파란 하늘이 눈을 시원하게 하는 가을날, 어디론가 떠나고 싶은 마음에 무작정 연천으로 달린다. 그곳에 있다는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구석기 유적지인 전곡리를 아이들에게 보여주고픈 마음 때문이다. 물론 연천을 찾는 이유는 그것 때문만은 아니다. 이 유적지에 펼쳐져 있을 파란 잔디밭이 눈에 아른거리기 때문이다. 그 넓은 잔디밭은 사람도 별로 없으니 오롯이 우리 가족 차지가 될 게 뻔하기 때문이다. 잔디 위를 맘껏 달리며 잔디 위에 누워 저 편으로 지나가는 구름도 쳐다보고 그렇게 가을날의 한 때를 보내기 위함이다.

선사시대로 들어가는 재미
전곡리선사유적지 널찍한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아이들과 함께 들어서는 입구, 이름 모를 들꽃들이 흐드러진 야생화 단지에 나비가 한 마리가 날아간다. 억새가 가을의 정취를 한껏 느끼게 해주는 그곳을 걸어 올라가면 친숙한 얼굴의 원시가족이 양옆에 도열에 관람객을 반긴다. 입구를 지나 먼저 전곡리에 대한 공부부터 해본다. 유적관에 들어서면 당시 흥분했을 발굴의 흔적들이 여기저기 묻어난다. 교과서에서 보았던 돌도끼, 돌칼들은 물론이고 오스랄로피테쿠스, 네안데르탈인 같은 선사인들의 해골도 전시되어 있다. 아이들은 그것들에 무서워하면서도 놀라고 놀라면서도 즐거워한다.
고(故) 김원용 교수와 정영화 교수에 의해 발굴된 전곡리 선사유적지는 선캠브리아기에 형성된 화강편마암이 지질 기저를 이루고 현무암 분출의 흔적을 볼 수 있다. 용암에 의해 생긴 나무가 그대로 박혀 있는 현무암도 볼 수 있다. 지금 시대에 수천 년 전의 흔적을 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코스모스들이 반기다
유적관을 나와 보면 거기 뒤쪽으로 은사시나무들의 숲이 펼쳐져 있다. 바람이 불자 햇볕에 일제히 나뭇잎이 손을 흔들어대며 떨어져 내린다. 안으로 들어가는 길은 양옆으로 코스모스들이 반긴다. 진홍색, 분홍색, 흰색의 코스모스들은 그 색의 향연으로 눈을 즐겁게 해준다. 곳곳에 조형물들이 이색적이다. 지금이라도 금방 일어나 움직일 것 같은 원시인들의 채집활동을 하는 모습과 수렵활동, 어로활동을 하는 모습이 자연 속에 조화롭게 배치되어 있다.
더 들어가면 있는 건물이 토층 전시관. 그 곳에서는 당시의 발굴현장을 보다 생생하게 볼 수 있다. 특히 구석기 유적의 형성과정과 구석기인들의 생활상영상으로 구성한 영상물은 아이들에게 인기만점이다.

잔디 위에 누워 토성을 바라보다
대충 관람을 끝내고 나면 이제 잔디 위에서 가족들끼리의 오붓한 시간을 보내는 것이 남았다. 수백 평이 넘게 펼쳐진 잔디 위에는 관람객들이 다리를 쉬게 할 수 있는 벤치들이 여러 개 놓여져 있다. 그 위에 앉아 부부들은 정겨운 대화를 나누고 아이들은 잔디 위를 뛰어다닌다. 답답한 아파트에서 웅크리고 있었을 몸들은 맘껏 펼쳐진 하늘처럼 활짝 자연 속으로 뛰어든다.
그곳에 앉으면 멀리 보이는 것이 바로 전곡리 토성. 이 유적지를 감싸 돌아가는 이 토성에서는 고구려 토기편이 발견되어 고구려성으로 알려져 있다. 둘레 길이가 2킬로에 달하는 대규모 성으로 규모만으로 보면 남한 지역에서 발견된 가장 큰 고구려 평지성이라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