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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간 정덕현
'자이언트', '야망의 세월'이 아니라 '대조영'을 닮았다 '자이언트'는 지금껏 우리가 개발시대를 다루던 시대극이라고 하면 으레 떠올리던 것과는 결을 달리한다. '자이언트'를 '에덴의 동쪽'이나 '야망의 세월'의 연장선으로 바라봤던, 그래서 이 시대극이 국책성 드라마가 아닌가 하던 그 의구심은 전혀 다른 드라마 진행으로 인해 봄날 눈 녹듯 사라져버렸다. '자이언트'가 닮은 것은 '야망의 세월'이 아니라 오히려 장영철 작가의 전작인 '대조영'에 가깝다. 하나의 땅덩어리를 차지하기 위해 끝없는 음모와 암투가 누가 선이고 누가 악인지도 모를 정도의 복마전으로 벌어지는 세계. 그것이 '자이언트'다. 사극 속의 영토는 이 시대극으로 와서는 강남땅으로 바뀌었다. 개발을 앞두고 누가 그 땅의 개발권을 차지하느냐가 이..
'동이' 27회의 스토리는 무엇이었을까. 장희빈(이소연)이 동이(한효주)가 살아있다는 사실을 알고는 그녀가 돌아와도 바꿀 수 없는 상황을 만들기 위해 스스로 독약을 마시는 자작극을 벌인 것? 그래서 향후 폐비(박하선)에게 누명을 씌워 아예 죽음으로 몰아넣으려던 사건? 만일 이것이 '동이'가 한 회분 사건이라면 이 스토리는 과거 흔하디 흔한 장희빈 이야기에서 한 치도 벗어나지 못한 것이다. 물론 '동이'는 스스로 기획의도에서 밝힌 듯이 숙종의 후궁이자 영조의 생모가 될 동이를 중심으로 전개되는 이야기다. 그러면 27회 한 회 동안 동이가 겪은 사건은 무엇일까. 궐 밖으로 도망쳐 가까스로 살아남은 동이(한효주)가 의주에서 가까스로 살아남아 도성으로 돌아오는 이야기. 동이는 무수리가 되어 궁으로 들어온다. 폐..
'나쁜 남자'의 김남길, '동이'의 한효주 사극과 현대극의 연기는 다를 수밖에 없다. 사용하는 언어가 다르기 때문이다. 따라서 현대극을 연기하던 배우가 사극 속으로 들어갔을 때 부담감을 느끼는 것은 당연하다. 그것은 반대로 사극 속에서 강력한 캐릭터 이미지를 만들어낸 배우가 현대극으로 나왔을 때도 마찬가지다. 그런데 이런 부담감이 무색할 정도로 자연스런 변신을 하는 경우도 있다. '찬란한 유산'에서 사극 '동이'로 간 한효주와 '선덕여왕'에서 '나쁜 남자'로 온 김남길이 그렇다. 어떻게 그들은 현대극과 사극을 그처럼 자연스럽게 오갈 수 있었던 것일까. 먼저 캐릭터를 들여다봐야 그 해답을 알 수 있다. '선덕여왕'의 비밀병기로 등장한 비담이란 캐릭터는 사극 속이지만 지극히 현대적인 캐릭터다. 그는 '선덕여..
'동이'만의 차별점, 어디서 찾을 수 있을까 시청률 23%. 그 전후에서 '동이'는 멈춰서 있다. 사극으로 보면 높은 시청률도 아니고 그렇다고 아주 낮은 시청률도 아니다. 그저 틀어놓고 시청하면 꽤 흥미진진하다. 하지만 기대를 조금 갖고 보게 되면 조금 시시한 느낌도 든다. 주인공 동이(한효주)가 인현왕후(박하선)와 장희빈(이소연) 사이에서 사지로 내몰리며 그 누구도 풀 수 없을 것 같은 사건을 마치 '별순검'의 한 장면처럼(물론 아주 소프트하게) 풀어내는 과정은 꽤 긴박감이 넘친다. 그런데 하나의 미션이 끝나고 나면 어딘지 허전하다. 미션과 미션 해결 그리고 국면전환은 꽤 매끄럽게 진행되지만 뒤통수를 치는 기발함 같은 것은 발견하기 어렵다. 그래서 23%에 멈춰서 있는 '동이'의 시청률은 이해가 된다...
'방자전', 김대우식 유쾌하고 음란한 도발 '방자전'의 상상력은 음란하다. 아니 어쩌면 이건 전작 '음란서생'에서 이미 싹을 보였던 김대우 감독의 상상력인지도 모른다. '춘향전'을 뒤집는 이 이야기에서 춘향이는 더 이상 정절을 지킨 열녀가 아니고, 이몽룡은 사랑의 맹세를 지킨 의리의 사나이가 아니다. 변학도는 탐관오리의 표상이 아닌 다만 성적 취향이 변태적인 인물일 뿐이며, 물론 방자도 그저 몽룡과 춘향이 사이에서 메신저 역할을 하던 그 방자가 아니다. 성욕이나 성공 같은 욕망에 솔직하고 그것을 서로 이해할 정도로 쿨한 그들은 더 이상 조선시대의 인물들이 아니다. 그들은 오히려 현대인에 더 가깝다. 우리가 '방자전'의 등장인물들의 대사 하나하나에 민감하게 웃음을 터뜨리게 되는 건, 그 때문이다. 이 사극..
사실 명실공히 한국방송사극의 개척자인 신봉승 작가에 대한 저의 기억은 좀 엉뚱합니다. 오래 전 잡지사에서 일할 때, "조선의 임금들은 왜 단명했을까"라는 제목의 글을 게재한 적이 있어서죠. 그 글을 읽으면서 저는 이 작가의 임금에 대한 새로운 식견에 감탄한 적이 있습니다. 조선의 임금들은 왜 단명했을까요? 지나친 격무 때문에? 매일 반복되는 신하들과의 줄다리기 때문에? 글쎄요. 의외로 답은 간단했습니다. 첫째. 운동을 안한다. : 운동할 일이 별로 없었겠죠. 행동반경도 궁이 전부였으니. 둘째. 섹스가 잦다. : 왕은 무치라고 해서 아무 데서나 원하면 성관계를 할 수 있었다고 합니다. 셋째. 고단백의 음식을 많이 먹는다. : 산해진미를 원하는 대로. '대장금'이 증명해주죠. 새로 시작한 사극, '동이'를 ..
'동이'의 유머가 만드는 사극의 새로움 숙종(지진희)이 뒤늦게 왕이라는 이야기를 들은 동이(한효주)는 과거를 회상한다. 어설프게 칼을 휘두르며 "나는 이 나라의 왕이다"하고 소리치는 숙종. 동이와 주식(이희도), 영달(이광수)과 함께 돼지껍데기에 술을 마시며 "내 특별히 어주를 하사하지"하고 너스레를 떠는 숙종. "그런데 전하께서 그리 미남자십니까?"하는 동이의 질문에 입을 다물지 못하며 "그 말을 내 입으로 어떻게 하겠느냐"고 웃는 숙종. 그가 왕이란 걸 미처 깨닫지 못한 동이는 스스로를 바보라고 자책하지만, 그 장면은 보는 이들에게 흐뭇한 미소를 짓게 만든다. 이 유쾌함은 '자나깨나 동이 걱정'을 하는 두 캐릭터, 주식과 영달이 그가 숙종이란 걸 깨닫고 이제 죽게 생겼다며 술을 마시는 장면에서도 이어..
사극불패 신화, 새로움에 달렸다 한 때 사극의 기본 시청률은 20%라고 했다. 그만큼 사극은 극성이 강하기 때문에 기본적으로 시청률을 먹고 들어간다는 인식이 있었다. 그런데 이게 이젠 옛말이 되어가고 있다. 구한말을 배경으로 사극과 의학드라마, 중세와 근대의 하이브리드를 주창하며 야심차게 시작한 '제중원'은 초반 현대극 '파스타'에 밀리더니 정작 '파스타'가 종영한 후에도 26회가 지나고 있지만 여전히 13% 대에 머물고 있는 형편이다. 새롭게 시작한 이병훈 감독의 '동이'는 한효주와 지진희가 등장하면서 차츰 시청률을 회복하는 상황이지만 그래도 14%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어 상대적으로 '부자의 탄생'이 두 사극을 앞지르는 기현상을 보이고 있다. 이것은 주말시간대에 편성되어 있는 '거상 김만덕'도 마찬..